“야구에서 4할타자는 왜 없어졌는가?에 대한 물음으로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야구를 좋아하는, 아니 야구 오타쿠들로 구성된 집단 지성들이 수행한 프로젝트이다.

백인천 프로젝트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프로야구 원년에 활약했던 백인천 선수 겸 감독이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4할 타율을 기록한 것을 기념하여 붙인 이름이다.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가 집단 지성을 활용한 과학적 연구가 가능한지에 대한 궁금증으로

본인도 좋아하는 야구와 관련하여 야구팬 이라면 누구나 궁금해하는 4할 미스터리를 연구하자는

취지로 트위터에 올린 글이 계기가 되어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또 연구 결과의 논문 발표 및

야구 학회 설립까지의 과정을 내용에 담았다.

이는 과학 연구가 대중의 참여로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 줬다는 대서 큰 의의가 있으며

3개월의 짧은 프로젝트 기간 동안 각자 본업이 있는 집단 지성들이 한 개인의 전문과학자

못지 않은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는 대서 현대의 집단 지성의 역할과 미래의 가능성이 돋보인다고

할 수 있겠다.

 

책의 전반부 내용을 요약해 보면

미국 메이저 리그에서도 1920년대 이후로 4할 타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고 하는데,

굴드 가설(미국의 유명 생물학자)에 따르면 타자들의 실력이 상향 평준화 되었고 타자 대비

투수의 발전 및 분업화 그리고 늘어난 시즌 경기 수 등이 현대 야구에서 4할 타율을 만들기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한국 프로야구의 경우에도 백인천 선수가 원년에 4할을 기록했던 것은

현재의 시즌 133경기보다 현저히 낮은 80경기를 소화하는 시즌 이었고, 투수들의 구질도

단순했으며, 백인천 선수는 일본리그에서도 수준급 선수였기 때문에 프로야구 원년에는

프로선수(백인천)와 고등학생(그 외 선수들)의 경기 수준 차이도 4할 타율을 만들어 내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본다.

 

책의 중반부에는 집단 지성이 활용되는 여러 사례들을 소개해 나가면서

내가 지금 야구 관련 책을 읽고 있는지 IT관련 책을 읽고 있는지 헛갈리게 만들기도

하는데 흥미로운 소재들(SETI@home )이 많이 있어 재미있다.

 

또 후반부에는 얼마 전 은퇴했거나 현역에서 활동중인 Key player들과의 인터뷰를

수록하여 각 선수들의 4할과 관련된 인터뷰 내용들을 수록했다.

 

이제 야구가 가장 재미있다는 가을이 온만큼

야구를 좋아하시는 분이나 혹은 잘 몰랐으나 이번 기회에 요즘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거운

열풍을 몰고 있는 야구에 대해 알아보고 싶으신 분들에게 한번쯤 읽어볼 만한 책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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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키호테.

누구나 어렸을 때 한 두 번쯤 은 동화로 혹은 소설로 접해 보았을

괴짜, 혹은 얼간이, 바보로 인식되는, 그래서 누군가에게 돈 키호테 같다고 하는 얘기는

결코 칭찬으로 들리지 않을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사람들의 편견을 깨고 진짜 돈 키호테의 진면목(?)을 보여주기 위해

돈 키호테의 소설 속 발자취를 그대로 탐방하는 여정에 올라 그 수기를 소설 속

내용과 적절하게 배합하여 수기를 써냈다.

 

서영은(공교롭게도 정말 좋아하는 가수와 이름이 똑같다!)씨는 돈 키호테의

여정을 그가 출가하는 장소로부터 모든 여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행보를 그대로 따르면서

소설의 해석과 역사적 사실 (원작자 세르반테스 개인의 역사) 그리고 자신의 생각들을

중심으로 수기를 써 냈다.

 

풍차를 보고 거인이라고 생각하여 거인과 한바탕 대결을 펼치기 위해 풍차로 돌진한 돈 키호테.

출정 후 황량한 벌판을 거쳐 처음 마주한 허름한 주막을 보고 성이라고 생각하여

주막 주인을 성주로 섬기고 기사 서품을 요청하는 돈 키호테.

그 밖에 모든 행동들에서 상식에 어긋나는 행보를 보이는 그가 진정으로 원한 것은

기사로서 기사도를 수행하기 위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을 것이다.

 

보는 대로 믿는 것이 아닌 믿는 대로 보는 돈 키호테의 의지는

과연 간절히 원하는 것을 성취하고자 하는 굳은 심지일까 타협할 줄 모르는 아둔함 일까?

믿는 대로 보는 것이 쉽지는 않을진대 내가 믿는 것을 보는 것은 자존을 확립하고 고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신기했던 점은, 소설의 무대가 되는 스페인에 소설 속 배경들이

실존 (혹은 가장 비슷한 장소) 한다는 것과 세르반테스의 소설로 영감을 받은 사람들이

본 책의 저자처럼 그 행보를 따라가 가거나 소설 속 특정 장소들을 방문한다는 사실이었다.

더불어 돈키호테의 상품화(관광지, 기념품 등)도 엄청나다는 것!

 

그나저나 돈 키호테 원작을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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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My Life/Book 2013. 8. 26. 20:10




불볕 이라는 의미의 가상도시 화양에서 28일동안 펼쳐지는 재난 블록버스터(?).

화양이라는 가상의 도시를 주 무대로 소설은 전개 되지만 그 외의 것들(서울 등)

현실에서의 이름 그대로를 사용하여 실제 화양이라는 도시가 있는 듯한 착각이 들게 만든다.

 

소설 “28”의 내용은 화양이라는 서울 근교의 위성도시에서 개가 사람에게 사람이 사람에게

또 사람이 개에게 서로간에 감염이 가능한 빨간눈 괴질이 발병하게 되고 이 에볼라 보다 무서운

괴질은 발병 후 사흘내지 나흘 내에 병사시켜 버리는 위력을 가지고 화양에 재난을 몰고 온다.

뚜렷한 발병원인 및 감염 경로 등이 끝내 밝혀지지 않은 채로 대한민국 정부는 이 괴질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고자 화양을 고립 시키기에 이르고 고립된 화양 안에서

괴질에 의해 죽어가던 사람들이 끝내는 무정부 상태의 패닉에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상황에

까지 치닫게 되고 만다.

 

정유정 작가는 5명의 남녀 주인공과 1마리의 개의 시선을 통해 화양에서 일어나는 각 사건들을

엮어내고 각 주인공들은 아무런 연관이 없는 상태에서 각 사건들에 의해 연관을 맺고

그들 각자가 우리의 삶 개개인의 삶 속의 생명의 존엄을 일깨워 주는 존재로 점점 부각시켜 간다.

 

소설 “28” Well made 영화 한편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들게 만들며 정말 숨막히는 전개와

치밀하고 사실적인 묘사는 바로 읽고 있는 바로 다음 장을 궁금하게 만들어 읽는 내내

손에서 잘 놓지 못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책이었다.

 

구제역으로 살처분 당하는 돼지들, 늘어나는 유기견 실태에 대한 뉴스를 보고

본 소설의 모티브를 생각해낸 작가는 편의에 따라 달면 삼키고 쓰면 뱉어 버리는 지구상

가장 포악한 포식자 인간에 대한 메시지를 이 소설에 담아 냈다고 한다.

설마 이 사람도 죽을까? 하는 기대를 여실 없이 무너뜨리는 작가는 포식자 인간 역시

자연의 한 부분으로써 인간도 한낮 그 일부에 지나지 않으니 이제 더 이상 포식자의 만행을

저지르는 과오를 중지하고 모든 것과 조우하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라는 물음을 던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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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상 자체가 기발하다!

나이 서른 먹은 아들과 예순 나이의 엄마가 함께 떠나는 세계일주.

둘이 합쳐 무려 계란 세판! 그리고 합친 몸무게가 100kg이 넘지 않는 왜소한 체구의

두 모자는 아들의 끈덕진 설득에 넘어간 엄마가 덜컥 세계일주에 따라나서는 데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책을 읽는 내내 엉덩이가 들썩거렸던, 지금 당장이라도 배낭 메고 떠나고 싶게 만드는

흥미 진진한 여행 수기들로 채워져 있으며, 책을 다 읽고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여행수기는 총2권으로 기획되었으며 내가 읽은 것은 첫 번째 수기 이다.

아직 발간되지 않은 두 번째 수기가 벌써부터 기다려 진다.

 

국제여객 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중국으로 넘어가는 한 걸음으로 여행이 시작되고

중국 육로를 통해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브루나이,

이집트, 요르단, 이스라엘 등등을 거치는 이 첫 번째 여행 수기는 배낭여행 특유의

사람 냄새가 폴폴 풍기는 여행 수기와 그때 그때의 솔직한 심경들 그리고 유용한 정보들로

가득 차 있다.

 

여행은 견문을 넓히는 것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게 하고,

때론 고통스럽고 때론 통쾌하고 때론 또 다른 자아를 발견하게 하는,

그 자체로 인생의 축소 판이자 인생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든다.

 

직접 부딪치고 느끼는 것만큼 좋은 학습이 어디에 있을까?

내 온몸으로 구석구석으로 자극을 받으려면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현실의 공기를

잠시 내려놓고 단 한발자국 발걸음을 띠어 놓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

 

왼쪽 가슴 한 켠에 나 자신도 모르게 잠가 두고 있었던 소망상자,

아니 이제는 버킷리스트 라고 해야 하나? 그곳을 다시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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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단어

My Life/Book 2013. 8. 12. 18:08




박웅현이라고 하면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를 수 있는,

“책은 도끼다”의 저자이며 유명 copywriter 이다. 다른 칭호로 CD(creative director)라고도

할 수 있는 그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유명한 광고를 만들었는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생각이 에너지다”, “청바지와 넥타이는 평등하다” 등등

impact 있는 광고카피를 많이 만들었으며 현재도 광고인, 작가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그가 삶을 살아가는데 생각해 보아야 할 중요한 키워드 8가지를 정리한 책이

 “여덟 단어”이다. 자신의 생각들을 정리하여 누군가에게 피력하기 위해서는

응당 거침없고 자신감에 차 있으며 강력한 말투 등을 사용하기 마련인데,

상당히 차분한 어조로 담담하게 써낸 것 같은 인상이다.

저자는 자신이 책에 늘어 놓는 이야기들을 본인에게 맞지 않는 이야기는 과감하게

흘려 버리고 본인에게 득이 되는 이야기만 새겨 들으라고 처음부터 강조한다.

 

그가 이야기 하는 여덟 가지 키워드는 각 각

“자존”, “본질”, “고전”, “견”, “현재”, “권위”, “소통”, “인생” 이다.

각 키워드로 각 장이 구성되어 있으며 해당 키워드 들이 우리 인생에 있어 왜 중요한지

그만의 생각과 보편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잘 버무려 들려준다.

 

개인적으로는 8가지 키워드를 모두 읽고 각 키워드에 관한 그의 이야기가

모두 수긍할 수 있을 만한 좋은 이야기들 인 것 같으며 특정 연령대나 성별에 구분 없이

누구나 한번쯤 읽어 보고 공감해 볼 수 있는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수많은 좋은 이야기 들 중 나의 뇌리에 각인된 내용, “자존”에 대한 내용을 요약해 본다.

“자존”이라는 것은 자기 존중을 의미하며 자기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 삶은

결코 행복해 질 수 없는 삶이다. 우리 한국 사회는 기준점을 자기 자신 안에 두지 않고

자신의 밖에, 즉 타인에게 둠으로써 사회가 설정한 남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획일화된 목표들로 가득 찬 “자존” 없는 삶을 살고 있다.

타인과 나는 다름을 알고 있으며, 나를 존중하고 나의 기준점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그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자신만의 가치를 가지고 힘차게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자 행복의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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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A

My Life/Book 2013. 8. 12. 17:13




제목으로 짐작할 수 있듯이 묻고 답하는 형식의 소설이다.

상당히 많은 사상자를 낸, 일본 시내 대형마트에서 발생한 의문의 사고를 중심으로

경찰이나 언론 소속이 아닌 의문의 인터뷰어가 사고 당시에 현장에 있었던 직접 피해자,

간접 피해자, 소방대원 등등을 인터뷰 하고 해당 사건으로 파생된 여러가지 현상들에 대하여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구조의 소설이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점점 드러나는 사건의 개요는 명쾌한 원인 없이

사건이 일어난 대형마트 내의 사람들이 일정한 시간에 동시에, 별도로 나뉘어 있는 전 층에서

집단 패닉을 일으켰고, 이에 패닉을 일으킨 대형마트내 사람들이 서로 건물을 빠져나가려고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넘어져 밟히고 압사하는 등 여러 사상자를 발생시킨 사고이다.

 

소설의 끝까지 명확하게 왜 대형마트 내 사람들이 집단 패닉을 일으키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끝내 알 수 없게 되지만, 인터뷰를 통한 해당 사건의 전후 관계 및 사건이 파생시킨

더욱 더 미스터리한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납량특집(?)형 소설이다.

 

있을법한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지만 생생한 사건 묘사 및 인터뷰이들의 심리 묘사,

그리고 사건 그 자체와 이후 이야기 들을 생생한 문체로 표현하여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게 만드는 책이다.


아니 조만간 영화로도 나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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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밥바라기별

My Life/Book 2013. 7. 26. 16:50




오래 전 첫 미국 출장을 가게 되었을 때 함께 동호회 활동을 하던 친구가

먼 여행길 지루하지 말라고 선물해 주었던 책이다.

그때 당시에는 이것 저것 준비할 것도 많고 여러 가지로 여유가 없어 읽지 못하였는데

최근 집안 책장에서 묵묵히 오랜 세월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이 책을

무심코 집어 들어 읽게 되었다.

처음 읽는 책이었지만 웬만큼 시간이 흐른 지라 노랗게 바래진 책장들을 보니

왠지 긴 시간 나와 함께해온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한편으론 자신의 게으름으로

이제 집어 들어 마주하게 된 미안한 느낌이 함께 밀려왔다.

 

“개밥바라기별”

상당히 독특하고 먼가 사연이 있을 것 같은 냄새를 풍기는 이 단어는,

개가 밥을 줬으면 하고 바랄 즈음(해질 무렵)에 서쪽 하늘에 홀연히 나타난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이러한 것들을 접하면 참 옛 사람들의 naming sense도 기발하다.

본래는 금성을 가리키고 새벽에는 “샛별” 이라고도 부른다고….

작가인 황석영은 성장소설이 유난히 많지 않는 한국 문학계에 question mark를 던지며

이 작품을 내놓았다고 한다.

 

내 아버지뻘 세대들이 겪었던 모진 시대적 상황을 배경으로 주인공인 준이는

자아를 확립하지 못한 채 방황하며 나이가 들수록 더욱 심한 내적 갈등을 쌓는다.

자아를 찾기 위한 몸부림으로 전국 유랑, 천산 만수에 은거 등을 하지만

종내 닿을 수 없는 좌절감에 자살 기도 까지 하게 된다.

 

어느 누구에게는 극단적이라고도 할 수 있고, 어느 누구에게는 겪어 볼 수 있을법한

이야기와 잊혀져 가는 혹은 이미 잊혀진 우리말들을 되새기거나 배울 수 있으며

때로는 공감이 가고 때때로 이해할 수 없는 주인공의 행동들이 깊은 동질감을

만들어 몰입하게 만드는 여러 가지 매력이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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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에 학창 시절을 보낸 작가가 그 시대를 배경으로

3명의 단짝 친구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과거사와 각 주인공의 일상을

적절히 배합해 낸 소설이다.

 

시간상 거의 완벽하게 나의 성장시기와 맞아 떨어져서 그런지,

소설 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역사적 사실(김일성 사망, 삼풍백화점 및 성수대교 붕괴 등)들이

소설을 읽는 나와 주인공 들의 동시대적인 공감대를 쌓는데 더할 나위 없이 좋았던 느낌이었다.

 

복잡한 가정사를 안고 있는 세미, 한번 본 것을 모두 기억해 내는 천재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남들에게 들키기 꺼려해 두 친구 이외에는 아무하고도 이야기 하지 않는 지혜,

그리고 틱 장애를 앓고 있는 준모. 이 세 명이 서로에게 더할 나위 의지가 되고 각별한

우정을 쌓아가지만 종내 자신들의 내면에 깊숙이 자리한 고통들에 대해서는 서로

나눌 수 없는 청춘의 번뇌와 고통들을 담담한 어투로 늘어 놓는다.

 

청춘 소설답게 아주 극적이거나 드라마틱한 요소들은 배제하고

사춘기 소년 소녀들의 풋풋한 생각과 감정들로 채워 놓은 투명한 소설이다.

 

작가는 본인이 그 시절에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을 이 한 권의 책에 쏟아 놓고

그 후련함으로 제목을 그렇게 지어 놓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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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하트

My Life/Book 2013. 7. 25. 21:02




순전히 올해 제18회 한겨례 문학상을 수상했다는 타이틀 하나로 선택하여 읽게 된 책이다.

소설 이지만 너무나도 현실적인, 내 나이 또래의 친구의 후일담을 듣는 듯한 내용으로,

여주인공인 미연이 헤드헌터로서 일하면서 업무와 일상을 통해 만나는 주변 사람들은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재 한국 사회의 단상을 그대로 보여 준다.

 

이미 거품이 사라져버린 부동산 투자에 아직까지 열을 올리고 있는 윗집 여자,

집에서 빈둥거리지만 집안일을 전혀 도와주지 않는 남편을 두고 결코 만만치 않은 기자라는

직업과 두 아이의 양육을 병행하는 슈퍼맘 동생 세연, 적합한 인재를 바라지만 결국엔

모든 것을 스펙(학벌) 위주로 판단하는 의뢰인(회사)들 등등 현대사회의 단면 등을

그리 날카롭지 않은 시선으로, 하지만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풀어 냈다.

 

복잡한 스토리 전개나 복잡한 주변인들이 등장하지 않는,

너무나 일상적인 이야기라서 쉽게 동화될 수 있는 매력이 있는 책으로

요즘 같은 휴가철이나 머리가 복잡할 때 가볍게 읽어 볼 만한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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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작가 중에 가장 노벨 문학상에 근접한 작가라는 평을 받는 남자.

책을 잘 읽지 않는 시대에 신간 출간이라는 이유 하나로 사람들을 서점에 줄 서게 만드는 남자.

그 남자,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간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를 읽었다.

 

책 제목 한번 길다… 라는 첫 느낌을 가졌지만 제목만으로 많은 궁금증을 유발하게 하는 것 같다.

색채가 없다는 게 멀까, 주인공인 다자키 쓰쿠루는 왜 순례를 떠나게 된 것일까?

당연한 이야기 이겠지만 책을 읽으면 모든 의문이 풀리게 되고 어찌 보면 스토리 자체로는

단순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소설을 즐겨 읽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읽어보거나 적어도 제목을 들어봤을 법한

노르웨이의 숲 (상실의 시대) 이후로 처음 하루키가 써낸 리얼리즘 소설이며,

지극히 현실적인 주인공의 심리 묘사를 아름답고 심도 있는 문장으로 표현하는 그만의

매력을 다시금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작품 이었던 것 같다.

 

물론 여타의 무라카미 작품들에 속속 등장하는 그의 취향들 (음식, 음악 등)

이번 작품에도 곳곳에 스며들어 있어 오랜만에 그의 소설을 읽었음에도

매우 친숙한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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