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밥바라기별
오래 전 첫 미국 출장을 가게 되었을 때 함께 동호회 활동을 하던 친구가
먼 여행길 지루하지 말라고 선물해 주었던 책이다.
그때 당시에는 이것 저것 준비할 것도 많고 여러 가지로 여유가 없어 읽지 못하였는데
최근 집안 책장에서 묵묵히 오랜 세월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이 책을
무심코 집어 들어 읽게 되었다.
처음 읽는 책이었지만 웬만큼 시간이 흐른 지라 노랗게 바래진 책장들을 보니
왠지 긴 시간 나와 함께해온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한편으론 자신의 게으름으로
이제 집어 들어 마주하게 된 미안한 느낌이 함께 밀려왔다.
“개밥바라기별”
상당히 독특하고 먼가 사연이 있을 것 같은 냄새를 풍기는 이 단어는,
개가 밥을 줬으면 하고 바랄 즈음(해질 무렵)에 서쪽 하늘에 홀연히 나타난다(별)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이러한 것들을 접하면 참 옛 사람들의 naming sense도 기발하다.
본래는 금성을 가리키고 새벽에는 “샛별” 이라고도 부른다고….
작가인 황석영은 성장소설이 유난히 많지 않는 한국 문학계에 question mark를 던지며
이 작품을 내놓았다고 한다.
내 아버지뻘 세대들이 겪었던 모진 시대적 상황을 배경으로 주인공인 준이는
자아를 확립하지 못한 채 방황하며 나이가 들수록 더욱 심한 내적 갈등을 쌓는다.
자아를 찾기 위한 몸부림으로 전국 유랑, 천산 만수에 은거 등을 하지만
종내 닿을 수 없는 좌절감에 자살 기도 까지 하게 된다.
어느 누구에게는 극단적이라고도 할 수 있고, 어느 누구에게는 겪어 볼 수 있을법한
이야기와 잊혀져 가는 혹은 이미 잊혀진 우리말들을 되새기거나 배울 수 있으며
때로는 공감이 가고 때때로 이해할 수 없는 주인공의 행동들이 깊은 동질감을
만들어 몰입하게 만드는 여러 가지 매력이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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