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은 건축이다
인간이 만든 수많은 창조물들 중에 실용성과 아름다움을 겸비한 창조물이며
유구한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오며 안식처와 영감을 제공해주는 것이 건축물이 아닌가 싶다.
낡은 것은 허물어 버리고 그 자리에 LTE급 속도로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지어내는 우리나라
건축문화와 비교하여 유럽 등지의 건축물들은 예의 아름다운 자태를 끊임없이 뽐내며
생생한 역사의 자국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역사적 배경을 등에 입고 그리스 로마, 유럽, 이슬람의 건축양식을 각각 따로 그리고 복합적으로
잉태하고 탄생시킨, 그 자체로 건축박물관이라 불리는 스페인. 건축에 문외한인 나도 ‘가우디’라는
이름을 통해 스페인 건축의 아름다움을 익히 전해 들었는데, 이 책은 그 스페인의 건축을 테마로
만든 건축문화 답사기 형식의 책이다.
저자 김희곤은 건축 전문가로서 다니던 직장을 불현듯 그만두고 스페인 건축답사를 1년여간 다니며
생생하게 체험하며 사진으로 담아온 본인의 수기를 책으로 엮어냈다. 사실 책에 수록된 사진만으로도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데, 건축가가 아니라 사진작가라 해도 믿을 법한 양질의 사진들이 현장감을
한층 더해주는 것 같다. 건축에 대한 지식이 전무해 건축양식 이라던가 공법들을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두통을 느끼기도 했지만, 유려한 문체와 작가적인 감수성의 비유 등을 섞은 문장들은 스페인 전반을
돌아다니며 담아온 작가의 수기를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해 주는데 무리가 없는듯하다.
스페인 건축물들을 지역별로 하나씩 살펴보면서 진행되는 내용들을 보면, 각 건축물들을 설계하고
시공한 건축가의 장인정신, 미학, 그리고 자연과 하나되는 공생의 정신들을 느낄 수 있다.
지나친 경제관념에 묻혀 인간과 함께하는 공간으로써의 건축물이 아닌 투기로써의 건축물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국내 실정에 빗대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책이었던 것 같다.
꼭 한번 직접 방문하여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은 충동은 덤으로 얻게 되었다.
폭설 외
故김지원 작가의 초기 중편 2편을 담은 소설집으로 “폭설”과 “잠과 꿈”이 수록되어 있다.
두 소설은 김지원의 초기 작품 세계를 대표하는 중편소설로 미국 뉴욕이라는 낯선 땅(그 당시)을
배경으로 새로운 땅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어 사뭇 비슷한 분위기를
내는 소설들이다. 故김지원은 1942년생으로 해방 이전에 태어나 한국전쟁을 겪은 세대로서
미국 뉴욕으로 이주하여 주로 생활하며 집필활동을 한 작가이며, 2013년 1월에 뉴욕의 자택에서
타계하였다. 이러한 작가의 배경 때문인지 두 작품 모두 무대가 미국 뉴욕이며, 한국에서 이주한
이민자들의 생활을 바탕으로 특이할 것 없는 일상의 겉모습에서 잔잔한 고요를 일으키는
점진적인 스토리 전개가 인상적이었다.
살아온 시대가 다르고 환경이 다를지언정, 낯선 곳에서 정착하지 못하고 표류하는 삶과,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희망과 절망을 적당히 배합한 삶의 실마리들은 시공간을 초월하여
현실적인 감각을 전달해 준다.
두 소설에서는 각기 결혼했던, 결혼중인 여주인공을 내세우고 그녀들의 주변에 평범한 이웃과
두 여인에게 치명적인 남자 한 명씩을 등장시켰다. 그리고 각각의 남자들은 두 여인에게 치명적인
매력을 발산하며 그들의 삶 안쪽으로 끌어들임과 동시에 그녀들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는다.
자신들의 삶이 흔들릴 줄 알면서도 빨려 들어 갔던 심연에는 안주하지 못하는 삶의 궤도를
살짝 비틀어 보고자 했던 본능적인 이끌림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누구나 일탈을 꿈꾼다고 생각한다. 크고 작음의 문제 또는 삶의 속도와 방향에 문제가 아니라
태초에 인간은 일탈을 꿈꾸게 만들어 졌는지도 모른다. 때론 우리가 무엇을 간절히 원하지는 것인지도
모르는 체 막연한 일탈을 꿈꾸기도 한다. 일탈은 자극이며 자극 없는 삶은 무미건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작가는 얼핏 잔잔하게 흘러가는 듯 하지만 곳 굽이쳐 흐를 듯 위태한 인생의 물줄기에 얇고 넓적한 돌로
물 수제비를 뜨듯 그냥 이야기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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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치고 군대 육아
모든 일에 정도(正道)는 없겠지만 육아라는 것은 기대했던 것 보다 환상적이고
걱정했던 것 보다 훨씬 고통스러운 것 같다. 누구든 부모가 되면 올바른 육아를 위해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정보를 얻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실제 육아에 적용도 해보지만
실제로 잘 되지 않음에 낙담하고 또 예기치 않은 변칙적인 상황들이 발생함에 당황하게
마련인 것 같다. 정도(正道)는 없다지만 그래도 내가 믿는 육아의 방향과 비슷한 방향의
선례를 가진 육아사례를 만나면 심히 공감이 갈 것 같았는데,
이번에 읽은 “닥치고 군대 육아”가 그랬던 것 같다.
이번 책은 이전 저작인 ‘불량 육아’로 이미 저명인사인 파워 블로거 ‘하은맘’이 쓴 두 번째 육아서이다.
나름 위트를 주고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반말과 가벼운 욕설이 넘쳐나는 다소 건방진 책이지만,
솔직하고 가식 없이 늘어놓는 그녀의 진솔한 이야기 이 땅의 많은 초보 엄마들을 귀감 시키기에
충분한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아무리 많은 도움을 준다고 할 지라도 당사자의 고통을 대변할 수 없는,
남자인 조차도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심히 공감하게 만들었다.
틀을 만들어 놓고 제한을 하게 되는 순간부터 아이는 망가지기 시작한다.
물론 그 틀이란 사회규범 이라던지, 예의 범절 그리고 더불어 살아가는데 중요한 덕목들 중 이런 것들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거 하지 마라, 저게 더 중요하다, 이렇게 해라 등 부모 자신의 편의를 위해
통제하고 정형화 하려고 하는데 그 약점이 있다는 것이다. 또 같은 또래의 자녀를 둔 부모들끼리는
이렇게 저렇게 대게 많은 모임들이 생기는데, 주된 화제가 되는 것이 ‘자랑’인 것이다.
결국 ‘자랑’은 개개 부모의 자식 ‘비교’가 되고 결국 각각 아이들의 개성과 창의성, 개개인의 발달
속도는 무시된 체 천편일률적인 하나의 개성 없는 아이 집단이 되게 만드는 것이다.
물론 자의식이 강하고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강한 멘탈을 지닌 사람이라면 다를 수도 있겠지만
그러한 사람들 또한 지속적으로 그룹에 노출되다 보면 시류에 편승하게 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왜 군대육아 인가?
지금은 군 복무 기간이 짧아 2년이 채 안되지만, 예전 군대라 하면 3년이라는 복무기간이 익히
알려져 있었고, 육아도 그렇게 3년 꼬박 미친 듯이 아이에게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3년동안 무엇을 하느냐?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그냥 아이와 함께 뒹굴고 놀고 쉬고 먹는 것.
이것은 분명 애착관계 형성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개인적인 생각과 더불어, 아이의 온 세상
호기심에 가득 찬 눈을 보고 이해하고 배려하고 그리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인 것이다.
그리고 더불어 책육아를 하는 것이다. 아이의 성장과 더불어 책의 중요성을 모르는 부모는 없을 것이다.
어려서부터 읽혀주기를 위한 노력을 모든 부모들이 할 진데, 생각대로 잘 안 되는 것이 이것이다.
저자는 강압적이지 않게, 질리지 않게,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기 위해 인고의 세월을 견디어
책을 통해 스스로 성장하는 아이로 키울 수 있다고 한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심히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았지만 그녀가 말한 대로 모든 사람들이 천편일률적인
육아를 할 필요가 없듯이 나 또한 많은 부분 이 책에서 나만의 육아에 녹여낼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선별하여 내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육아를 하겠다고 다짐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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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힘들어
수개월 전부터 인터파크에서 매주 한 권씩 30일간 대여해 주는 무료 e-book으로
선호도와 상관없이 읽게 되는 책들이 조금씩 생겨났다.
그냥 무료로 제공해 주는 것이 아닌 기한이 정해져 있는 e-book이라 나름 압박감을 느끼며
기한 내에 읽게 되는 신비로운(?) 경험을 매주 하고 있다.
이번에 읽게 된 책은 ‘엄마도 힘들어’라는 제목의 책으로 10대 자녀를 둔 부모와 그 자녀들의
상담을 주로 하는 저자가 집필한 상담 수기이다.
슬하에 자녀를 두기는 했지만 아직 10대가 되려면 한창인 나로써는 사춘기 시절의 나에 대한 회상과
부모로써 감내해야 할 미래의 나에 대한 예습 정도의 기분으로 읽은 책이다.
모든 선생님들이 두 손 두발 다 든다는 ‘중2병’과, 요즘에는 사춘기가 초등학교 때 온다는
우스개 소리처럼 이 시대의 사뭇 어린 청춘들이 겪고 있는 열병은 단순히 가정사 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그리고 모든 일에는 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우치게 되는데, 이유 없어 보이는 반항,
폭력적 성향 등은 그들의 주변, 특히 가정에서 받은 영향이 가장 크며, 부모와 자식 모두가 알아차리지
못한 곳에서부터 시나브로 싹트고 있던 문제들이 대다수인 것이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결국 중요한 것은 당사자들 간의 ‘대화’이며, 진솔한 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서로가 노력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정신적, 정서적 문제들은 ‘관계’의 문제가 많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 상담사를 찾는 이유도 마음속에 있는 진솔한 얘기를 이끌어 내기 위한
도움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며, 아무리 현명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중이 제 머릴 깎지 못하듯이
제3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부모자식간의 관계가 극단적으로 보일 수 있는 것은
그 이면에 극단적인 애착이 있어서 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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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마케팅이 이긴다
기업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핵심요소인 ‘고객’.
현대 기업의 고객에 대한 인식은 ‘내부고객’ 과 ‘외부고객’으로 나뉘지만 마케팅을 타이틀로 잡은
이 책의 주요 관심사는 단연 ‘외부고객’이다.
‘고객만족을 넘어 고객감동으로’라는 슬로건도 이제는 식상하게 느껴지는 급변하는 현대사회의
고객 서비스에는 감성이 중요한 테마로 떠오르고 있는 것 같다.
21세기는 고객서비스 경쟁시대인 만큼 수많은 기업들이 앞다투어 고객서비스 품질 개선에 주력하고 있으며,
어떻게 하면 되도록 많은 고객을 확보할까에 대한 연구를 넘어 확보한 고객을 어떻게 충성고객으로
만들 수 있을까에 여념이 없다. 이제 모든 사업은 서비스업이라고 할 만큼 모든 현대기업에의 서비스
마케팅은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기 위해 온전히 고객의 입장이 되어보고, 고객이 원하는 것(서비스)을
제공하기 위해 상품만이 아닌 미래가치를 포함한 정보까지 제공해야 한다고 한다.
단순하고 기계적인 미소와 매뉴얼 대로의 서비스는 더 이상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수단이 아니다.
고객의 말을 경청해야 함은 물론, 고객의 성향에 따라 맞춤 서비스를 해야 하는 것이다.
착한 마케팅은 무언가 덤으로 주는 것으로만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마음을 헤아림으로써
이루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착한 마케팅’이란, ‘감성 마케팅’ 그리고 ‘공감 마케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는 책에서 다루는 외부 고객뿐만이 아니라 내부 고객에도 적용되는 공통된 화두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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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꿈은, 내가 되는 것이다
이제는 너무나도 식상한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란 질문대신,
“당신은 누구인가요? 당신을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나요?” 라는 보다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당신은 한번이라도 당신 자신인적이 있는가?
엉뚱하게 들릴지 모르는 질문이지만 뼈가 있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개성이 중시되고 자기 색깔을 표현해 낼 줄 아는 개성중심의 시대이지만,
이 또한 남들의 이목을 위한, 남들에게 더 좋은 평가를 위한 남들의 시선을 의식한 것이 아니 던가.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에 귀 기울이는 대신 진정한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 것인가?
이러한 물음으로 시작한 저자의 생각들을 정리한 “나의 꿈은 내가 되는 것이다”은 특별한 깨우침이라고
할 것도 없는, 단순이 자기애의 재발견을, 본인이 스스로를 차분하게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프랑스의 현대 철학자, 사르트르의 희곡 “닫힌 방(Huis-Clos)”에는 ‘타인은 지옥이다(Hell is others)‘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이는 인간은 타인의 시선에서 지옥을 경험한다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한다.
사회적 동물인 이상 우리는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하지만 타인의 시선에
매몰되어 타인의 눈에 비친 ‘나’로서 살아가는 것 또한 슬픈 일이 아닐 수 없겠다.
우리는 누구나 살아갈 이유를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에 누구나 아름다운 인격체로서 존중 받고
사랑 받을 자격이 있다. 이는 타인에게서 받아낼 권리가 아닌 본인이 스스로에게 부여해야 할
권리이자 의무이기도 하다. 우리 주변에는 물, 공기, 가족들과 같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하지만
항시 있기 때문에 소중함을 잃어버리는 존재들처럼 우리도 우리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무뎌져
있지는 않은지 수시로 돌아볼 필요가 있으며, 더 나아가 ‘나’의 내면이 진정으로 원하는 ‘나’를 위해
귀 기울이고, 그렇게 되기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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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
“7년의 밤”, “28”의 작가 정유정이 난데없이 떠난 히말라야 종주기.
해외여행은커녕 본인의 생활반경에서 크게 벗어나 본적이 없다는 작가는
본인의 소설 속 주인공 “승민”이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 방문한 히말라야를 단순히
“승민”이 되어 느껴보자 라는 생각과 더불어 뚜렷이 알 수 없는 현실의 불안감과 불만족,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을 찾기 위해 안나푸르나로 떠나게 된 사연을 밝힌다.
대개의 여행수기 혹은 여행수필은 상당히 많은 현장의 풍경들을 시각적으로 품고 있다.
글 반 사진 반 이라는 애기다. 하지만 이 책은 의도한 것인지 까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의 사진만으로 현장의 분위기를 시각적으로 전달하고 나머지는 글로써 모두 표현했다.
사실 정유정 작가의 소설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공감 할 수 있듯이 사실적이고 생생한
묘사만으로도 충분히 현장의 분위기와 고난의 트레킹 여정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현장에 있는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감수성이 풍부하진 않지만, 적어도 책을 읽는 내내
엉덩이가 들썩거리고, 언젠가는 꼭 네팔에 가보고 싶은 생각이 집요하게 들었다.
그리고 의외로 유쾌하고 유머러스 한 작가의 말과 행동들이 미소 짓게 만들고,
개개인의 심연에 있는 아픈 사연들 앞에서는 촉촉한 눈물 맺음을 경험할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작가가 책의 후반부에 인용한걸 다시 인용해 보자면,
아이는 삶을 배우고 어른은 죽음을 배운다고 한다. (스티븐 킹)
그래서 작가는 우리는 죽을 때까지 아이인 동시에 어른이며,
삶을 배우며 죽음을 체득해 가는 존재라고 얘기한다.
해발 6,000m의 고산을 등정하고 셰르파로부터 “You are a fighter”란 말은 어떤 느낌일까?
스스로를 극한의 상황에 몰아넣고 본인의 고요한 심연을 들여다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혹은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그런 여행을 나도 꼭 한번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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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풍경
이상한 듯 들리지만, 불가능한 가능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큰 테마를 이루고 있는 책이다.
어쩌면 그것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아닐는지도 모른다.
소설 “은교”와 비슷하고도 상당히 다른 이 소설은, 느끼기에, 타인의 눈에 거슬리거나
불온한 느낌의 분위기가 비슷하며, 파괴적이었던 “은교”에 비해 이상하리 만치 잔잔한 것이
두 소설의 큰 차이점으로 보인다.
주인공은 교수이자 소설가인 선생님과 ㄱ, ㄴ, ㄷ.
ㄷ을 제외한 모두가 책 속의 화자이며, 왜 주인공들의 호칭이 이름이 아닌, ㄱ, ㄴ, ㄷ인지는
도입부에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다. 그들의 호칭이 그렇지 않았다면, 각각의 이름이 있었다면
(물론 이름은 있겠지만 화자를 통해 밝혀지지 않는 것이다) 또 다른 상상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라
생각이 들면서, 왜 작가가 굳이 각각의 화자를 통해서 호칭을 그렇게 했는지 소설을 읽어가면서
십분 이해가 되는 대목이었다.
플롯(서사 작품 속에서 개별적인 사건의 나열을 말한다)은 대부분의 소설을 쓰는데 사용되며,
작가가 전체윤곽을 잡기 전이나 후 작성하여 집필 내내 참고하는데 사용하는 것인데,
작품 속 선생님이 플롯 없는 소설을 쓰고 했던 것처럼, 플롯 없이 하나의 큰 흐름으로
유유자적 흘러 가는 듯한 느낌이 드는 소설이다.
이상한 등장인물들과 범상치 않은 관계들을 보여주지만, 거부감이 들거나 낯설지 않은,
그리하여 나도 모르게 동화되어 시나브로 스며드는 묘한 매력의 소설이다.
소설 속의 주인공들이 “덩어리”가 된다는 표현이 있는데, 우리 삶 속의 빠질 수 없는
이해관계가 완전히 배제된 표현으로 적확하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덮은 다음에도 머릿속에 계속 맴도는 “덩어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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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좋은 사람
초미니 단편? 단편 중에서도 아주 짧은 11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소설집이다.
냉철한 시각이나 풍자 혹은 유려한 문체 등 작가로써의 고민이 배제되어 있는
짧은 산문과도 같은 느낌에, 누구나 한번쯤 겪어봤을 법한 느낌의 소재들이 즐비한
책이며 각각의 단편이 워낙 짧고 부담 없는 담백한 이야기들이라 목적지를 오가는
이동 중이나 잠깐의 짬 동안 읽기 쉬운 책인 것 같다.
작가가 각각의 에피소드에 등장시키는 주인공들은 대게 혼자다.
혼자인 것은 외롭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도시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혼자일 때가 많다.
취업난으로 혼자 고민에 빠진 사람, 바쁜 일과에 혼자서 밥을 먹는 사람,
입시경쟁 속에서 각자 홀로 고군분투하는 학생들, 혼기를 넘어 주변인들이 모두 결혼했지만
아직 짝을 만나지 못한 사람까지, 그 이유도 다양하고 상황도 다양한 혼자인 사람들의 이야기.
그렇지만 혼자인 여럿이 모이면 결국 혼자가 아닌, 그리고 그들 모두는 ‘말하자면 좋은 사람’들
이라는 것이 11편의 단편들을 묶어줄 수 있는 실마리가 되지 않나 싶다.
특정한 목적이나 지식에의 열망으로 접하는 책도 있겠지만,
가끔은 주변인들 혹은 나 자신의 이야기일 법한 작은 에피소드들을 접할 수 있는
가벼운 이야기 모음집으로, 따뜻하다 못해 조금씩 무더워지고 있는 이 계절에
복잡해진 머릿속을 선선하게 해 주는 것도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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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물고기
2008년 노벨상 수상한 프랑스의 르 끌레지오의 ‘황금 물고기’
아프리카 소녀의 자유를 향한 여정을 그린 소설로, 르 끌레지오만의 인간내면 탐구와
인간본연의 모습을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문체로 거침없이 써 내려간 듯한 소설이다.
라일라 라는 여주인공은 예닐곱 살에 납치되어 아랍인 노파에게 팔려가고 그곳에서 식모로써
삶을 영위해나간다. 인신매매를 당한 라일라 에게는 그 자체로 비극이지만 그래도 노파의 보살핌에
비교적 안전하고 편안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다. 하지만 노파가 죽고 난 후부터 쉴새 없이 다가오는
삶의 어두운 국면들은 미처 성인이 되기도 전인 그녀에게 견딜 수 없을 만큼 커다란 아픔을 주고,
아픔이 남긴 흉터자국을 늘여가면서 점점 성인이 되어간다. 이후 여러 빈민촌 및 프랑스와 미국을
거쳐 결국에는 자신의 고향인 아프리카로 돌아가며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라일라가 머무는 장소에서는 그녀를 도와주려는 사람과 그녀에게 해코지 하려는 사람들이 늘 있었는데
그녀를 해코지 하려는 사람들을 대할 때 마다 그녀는 그들이 그녀를 가두기 위해 그물을 친다고
생각했으며, 자신은 하찮은 작은 물고기 정도에 지나지 않는 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음악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고 내면의 아름다움과 선택할 수 없는 운명을 타고난
라일라는 그녀 자체로 황금 물고기였다.
문학작품에는 각각의 작품마다 저마다의 냄새가 있다.
그 냄새는 원초적이고 자극적이고 직설적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든 비 수상 작가든
세계문학작품 대열에 자신의 작품이 오른 작가들은 모두 작품을 통해 저마다의 냄새를 풍긴다.
황금 물고기는 그 비릿하면서도 시큼한 냄새가 풍기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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