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 외
故김지원 작가의 초기 중편 2편을 담은 소설집으로 “폭설”과 “잠과 꿈”이 수록되어 있다.
두 소설은 김지원의 초기 작품 세계를 대표하는 중편소설로 미국 뉴욕이라는 낯선 땅(그 당시)을
배경으로 새로운 땅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어 사뭇 비슷한 분위기를
내는 소설들이다. 故김지원은 1942년생으로 해방 이전에 태어나 한국전쟁을 겪은 세대로서
미국 뉴욕으로 이주하여 주로 생활하며 집필활동을 한 작가이며, 2013년 1월에 뉴욕의 자택에서
타계하였다. 이러한 작가의 배경 때문인지 두 작품 모두 무대가 미국 뉴욕이며, 한국에서 이주한
이민자들의 생활을 바탕으로 특이할 것 없는 일상의 겉모습에서 잔잔한 고요를 일으키는
점진적인 스토리 전개가 인상적이었다.
살아온 시대가 다르고 환경이 다를지언정, 낯선 곳에서 정착하지 못하고 표류하는 삶과,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희망과 절망을 적당히 배합한 삶의 실마리들은 시공간을 초월하여
현실적인 감각을 전달해 준다.
두 소설에서는 각기 결혼했던, 결혼중인 여주인공을 내세우고 그녀들의 주변에 평범한 이웃과
두 여인에게 치명적인 남자 한 명씩을 등장시켰다. 그리고 각각의 남자들은 두 여인에게 치명적인
매력을 발산하며 그들의 삶 안쪽으로 끌어들임과 동시에 그녀들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는다.
자신들의 삶이 흔들릴 줄 알면서도 빨려 들어 갔던 심연에는 안주하지 못하는 삶의 궤도를
살짝 비틀어 보고자 했던 본능적인 이끌림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누구나 일탈을 꿈꾼다고 생각한다. 크고 작음의 문제 또는 삶의 속도와 방향에 문제가 아니라
태초에 인간은 일탈을 꿈꾸게 만들어 졌는지도 모른다. 때론 우리가 무엇을 간절히 원하지는 것인지도
모르는 체 막연한 일탈을 꿈꾸기도 한다. 일탈은 자극이며 자극 없는 삶은 무미건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작가는 얼핏 잔잔하게 흘러가는 듯 하지만 곳 굽이쳐 흐를 듯 위태한 인생의 물줄기에 얇고 넓적한 돌로
물 수제비를 뜨듯 그냥 이야기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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