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풍경
이상한 듯 들리지만, 불가능한 가능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큰 테마를 이루고 있는 책이다.
어쩌면 그것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아닐는지도 모른다.
소설 “은교”와 비슷하고도 상당히 다른 이 소설은, 느끼기에, 타인의 눈에 거슬리거나
불온한 느낌의 분위기가 비슷하며, 파괴적이었던 “은교”에 비해 이상하리 만치 잔잔한 것이
두 소설의 큰 차이점으로 보인다.
주인공은 교수이자 소설가인 선생님과 ㄱ, ㄴ, ㄷ.
ㄷ을 제외한 모두가 책 속의 화자이며, 왜 주인공들의 호칭이 이름이 아닌, ㄱ, ㄴ, ㄷ인지는
도입부에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다. 그들의 호칭이 그렇지 않았다면, 각각의 이름이 있었다면
(물론 이름은 있겠지만 화자를 통해 밝혀지지 않는 것이다) 또 다른 상상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라
생각이 들면서, 왜 작가가 굳이 각각의 화자를 통해서 호칭을 그렇게 했는지 소설을 읽어가면서
십분 이해가 되는 대목이었다.
플롯(서사 작품 속에서 개별적인 사건의 나열을 말한다)은 대부분의 소설을 쓰는데 사용되며,
작가가 전체윤곽을 잡기 전이나 후 작성하여 집필 내내 참고하는데 사용하는 것인데,
작품 속 선생님이 플롯 없는 소설을 쓰고 했던 것처럼, 플롯 없이 하나의 큰 흐름으로
유유자적 흘러 가는 듯한 느낌이 드는 소설이다.
이상한 등장인물들과 범상치 않은 관계들을 보여주지만, 거부감이 들거나 낯설지 않은,
그리하여 나도 모르게 동화되어 시나브로 스며드는 묘한 매력의 소설이다.
소설 속의 주인공들이 “덩어리”가 된다는 표현이 있는데, 우리 삶 속의 빠질 수 없는
이해관계가 완전히 배제된 표현으로 적확하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덮은 다음에도 머릿속에 계속 맴도는 “덩어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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