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삶에 관하여
점점(말 그대로 점점) 팍팍해 지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꿋꿋이 버티며 살아가자는
작가의 메시지를 담은 에세이 “버티는 삶에 관하여”는 기자 겸 작가 겸 방송인인
허지웅이 펴낸 신간이다.
얼마 전부터 각종 매체에 등장해 방송인인지 글쟁이 인지 헷갈리게 만든 그이지만
나름의 신념과 의지로 똘똘 뭉친 모습으로 독설을 뿜어대는 캐릭터로 호불호가 많이
갈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총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마지막 장엔 영화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영화를 이해하고 바라보는, 나와는 다른 작가만의 시각을 읽을 수 있어 좋았던 반면에
책의 대전제와 과연 맥락을 같이 할 수 있는 이야기인가 하는 의구심도 떨칠 수 없었다.
마지막 장을 제외하고는 본인의 굴곡 있는 개인사를 필두로 하여 버티는 삶을 주창하는
근거들, 즉 작가의 정치관, 세계관 인간관계 등에 대한 작가의 생각들을 직설적이고
날카로운 어조로 마치 비딱한 세상을 향한 독고다이식 외침처럼 펼쳐놓은 것 같다.
미처 몰랐던 과거사나 최근의 사회적 이슈들의 내밀한 이여기 들을 접했을 땐
미디어의 왜곡과 그에 따른 반향들에 분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몰라도 될 것들이라 치부하기에는 한 사회를 같이 살아가는 구성원으로써
상당히 겸연쩍다.
저자는 할 얘기가 참 많은 것 같다.
책을 통해 많은 이야기들을 쏟아 놓았지만 앞으로 더 할 말이 많다는 듯이,
여기 대한민국 안에서 버티고 버텨내어 줄기차게 계속 할말들을 쏟아 내겠단다.
앞으로의 이야기 또한 은근히 기대가 된다.
보다
‘보다’. 사물을 눈으로 느끼다.
눈을 뜨고 있는 한 우리의 망막은 전달 받은 빛의 정보를 전기신호로 바꿔
뇌로 전달하는 끊임없는 반복활동을 통해 세상을 연결시켜 준다.
본다는 행위는 크게는 전달된 정보를 아무런 생각 없이 그냥 본다는 것과 (sight),
생각이라는 필터를 거쳐 다른 정보로 변환하여 뇌 한구석 어딘가에 저장하고 또 꺼내서
다시 바꾸어 보는 것(insight)으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독보적인 스타일’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활발하게 집필활동을 하고 있는 김영하가 주종목인
소설이 아닌 산문집을 발간하였는데 알고 보니 단품(?)이 아닌 묶음 이었다.
이번 ‘보다’는 앞으로 발매될 ‘읽다’, ‘말하다’의 총 3부작 중 첫 번째 산문집인 셈이다.
글을 물체에 비유할 수 있다면 김영하의 글은 각지고 날카로운 느낌이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문장뿐만 아니라 그 구성조차도 그러했던 느낌이다.
그의 산문은 소설과는 또 다른 느낌이지만 왜 그에게 ‘독보적인 스타일’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주었는지 여실히 느끼게 해준다는 점에서 그의 작품들과 대동소이 하다.
‘시간도둑’으로 시작해 ‘여행을 싫어한다고 말할 용기’로 구성된 1부는 사물과 현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독특한 시각을 엿봄과 동시에 생각의 한 귀퉁이에 (방치해)놓았던 나중에 열어볼 상자
(결국 열어보지 못할 수도 있었던)를 열도록 해 주었던 내용들로써 ‘그래, 이런 게 insight지!’
하는 말이 절로 나왔다. 편집과 탈고의 과정에 기인한 것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번 산문집
에서는 1부에 수록된 글들이 주는 영향이 가장 컸다. 개개인의 현실에 가장 맞닿아 있는
글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는 영화에 대한 본인의 해석 또한 군데 군데 풀어 놓았는데, 같은 영화를 본
다른 사람의 다른 관점 그리고 해석의 깊이에 새삼 신기하고 놀라움을 느낀다.
소위 전문가의 평론이나 해설에 그다지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편인데,
책으로 만나는 다른 시각의 생각들은 마치 영화를 함께 보고 난 뒤
각자의 감상평을 듣는 것과 같이 거부감과 거리낌이 없는 형식으로 느껴진다.
이번 산문집 ‘보다’를 통해 나의 빈약한 outsight와 insight의 연결고리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며, 산문은 독서 중간 중간에 잠깐씩 쉬어가는 휴게소라는 인식을
조금이라도 바꾸게 된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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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도 습관이다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 티베트 속담
책의 들어가는 글 앞장에 있는 속담 인용인데 왠지 요즘 힙합이나 랩 음악에서 운운하는 라임(rhyme)이
생각이 나 살며시 입 꼬리가 올라갔다. ‘마음 경영 전문의’인 저자는 생각에 휘둘리고 혼자 상처받는
사람들, 정신적인 질환으로 약을 먹을 정도는 아니지만 우리가 불편하게 느끼는 감정들 중 하나인
‘걱정’으로 인해 삶에 상당한 지장을 받는다고 느끼거나 끊어지지 않는 걱정으로 인해 머리가 아프고
가슴이 답답한 사람들을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저자의 이력이 좀 독특한데 의대를 졸업하고 정신과
전문의로 일하다가 미국에서 MBA를 취득하는 한편 Health Sector Management 과정을 수료하기도 하였다.
‘경영학을 전공한 정신과 전문의’라는 독특한 이력을 살려 마음에 경영을 접목한 마음경영을 모토로 하는
힐링정신과와 심리센터를 운영 중이라고 한다.
누구든 걱정이라는 감정이 불편하고 걱정을 하지 않고 살고 싶지만 걱정을 하지 않고 살 수 없는 것이
인간이므로 내 안에 싹튼 걱정이라는 감정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다스릴지에 대한 실용적인 방법을 제시
하는 것이 이 책의 주된 내용이다. 총 4단계로 나란 사람 이해하기, 일상 속의 작은 노력, 마침내 결단
그리고 결정, 더 단단한 나를 향해 한 걸음 이라는 단계로 구성되어 있으며 1단계 에서는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나란 사람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만한 내용을 찾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걱정주의 보다는 낙천주의 성향이 더 강하지만 가끔 억누를 수 없는 화가 내 안에서 슬며시
고개를 들 때면 (이성이 감성을 지배할 때…) 스스로를 안 좋은 상황에 가두어 두고 온갖 걱정을 하고
있지는 않았나 싶다. 언제나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의 것을 통제하려고 할 때 나와 나를 둘러싼 주변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순간인 것이다. 다르게 생각하면 그 또한 경험으로 여길 수 있으나
망각의 동물인 우리는 경험을 체내화 시키기 전에 분출해 버리고 마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이에 저자가 제시하는 흥미로운 감정 조절의 방법이 하나 있다.
바로 감정일지라는 것인데, 단순히 현재 감정을 기록하는 일기와는 구분되는 형식으로 현재의 감정을
조절하는 효과와 훗날 다른 고민이 생겼을 때 참고할 수 있는 용도로 사용되는 것이다.
현재 내 머릿속을 지배하는 가장 걱정되는 고민거리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일지에 적고 고민거리와 관련된
감정이 어떤 것인지 목록(감정목록으로 두려움, 불안감, 분노, 수치심 등 총 15가지 항목)에서 골라 고민거리
옆에 적어본다. 그 후에 각각의 감정에 대해 스스로 점수를 매겨 (10점 만점 혹은 100분율) 놓음으로써
우선 1단계 작성을 완료한다. 그 후 위 나쁜 감정을 불러일으킨 생각이 어떤 유형의 잘못된 생각인지
사람들이 흔히 범하는 생각의 오류 목록에서 골라낸다. (과잉일반화, 장점 깎아내리기, 자기비난 등
총 13가지 오류 목록). 일단 내 고민에 대한 오류 목록을 찾는 과정에서 많은 감정의 변화가 생기게 되고
그 때 다시 각각의 감정에 대해서 점수를 매겨 보면 자신이 느낀 감정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깨닫게 되는
원리이다. 막연하게 참아내는 것 보다 훨씬 실용적이고 습관화 되면 감정을 다스리는 데 꽤 좋은 방법이
될 것 같다. 물론 습관화 하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되겠지만.
책의 마지막에 다루는 의식, 무의식과는 다른 이야기지만,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행할 수 있는 수많은
일들을 인지하고 여기에 좋은 습관들을 차곡차곡 쌓아나가 보다 보면 탄탄한 멘탈은 물론 걱정과 같은
유해한 감정노동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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