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My Life/Book 2014. 10. 23. 14:17





‘보다’. 사물을 눈으로 느끼다.

눈을 뜨고 있는 한 우리의 망막은 전달 받은 빛의 정보를 전기신호로 바꿔

뇌로 전달하는 끊임없는 반복활동을 통해 세상을 연결시켜 준다.

본다는 행위는 크게는 전달된 정보를 아무런 생각 없이 그냥 본다는 것과 (sight),

생각이라는 필터를 거쳐 다른 정보로 변환하여 뇌 한구석 어딘가에 저장하고 또 꺼내서

다시 바꾸어 보는 것(insight)으로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독보적인 스타일’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활발하게 집필활동을 하고 있는 김영하가 주종목인

소설이 아닌 산문집을 발간하였는데 알고 보니 단품(?)이 아닌 묶음 이었다.

이번 ‘보다’는 앞으로 발매될 ‘읽다’, ‘말하다’의 총 3부작 중 첫 번째 산문집인 셈이다.

 

글을 물체에 비유할 수 있다면 김영하의 글은 각지고 날카로운 느낌이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문장뿐만 아니라 그 구성조차도 그러했던 느낌이다.

그의 산문은 소설과는 또 다른 느낌이지만 왜 그에게 ‘독보적인 스타일’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주었는지 여실히 느끼게 해준다는 점에서 그의 작품들과 대동소이 하다.

 

‘시간도둑’으로 시작해 ‘여행을 싫어한다고 말할 용기’로 구성된 1부는 사물과 현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독특한 시각을 엿봄과 동시에 생각의 한 귀퉁이에 (방치해)놓았던 나중에 열어볼 상자

(결국 열어보지 못할 수도 있었던)를 열도록 해 주었던 내용들로써 ‘그래, 이런 게 insight!

하는 말이 절로 나왔다. 편집과 탈고의 과정에 기인한 것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번 산문집

에서는 1부에 수록된 글들이 주는 영향이 가장 컸다. 개개인의 현실에 가장 맞닿아 있는

글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는 영화에 대한 본인의 해석 또한 군데 군데 풀어 놓았는데, 같은 영화를 본

다른 사람의 다른 관점 그리고 해석의 깊이에 새삼 신기하고 놀라움을 느낀다.

소위 전문가의 평론이나 해설에 그다지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편인데,

책으로 만나는 다른 시각의 생각들은 마치 영화를 함께 보고 난 뒤

각자의 감상평을 듣는 것과 같이 거부감과 거리낌이 없는 형식으로 느껴진다.

 

이번 산문집 ‘보다’를 통해 나의 빈약한 outsight insight의 연결고리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며, 산문은 독서 중간 중간에 잠깐씩 쉬어가는 휴게소라는 인식을

조금이라도 바꾸게 된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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