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같은 일을 50년동안 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지.

범상치 않은 제목 ‘아름다운 애너벨 리 싸늘하게 죽다’는 일본의 오에 겐자부로가

자신의 작가인생 50년을 기념하며 쓴 장편소설로 작가는 50년 동안이라는

긴 시간 동안 소설만을 써왔을 뿐만 아니라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저명한 작가이다.

 

애드거 앨런 포의 시 ‘애너밸 리’를 인용하여 소설의 제목과 내용의 모티브를 따온 것인데,

그가 소설을 통해 이야기 했듯이 소설의 주제보다는 무엇인가 새로운 형식을 발견하면

소설을 쓸 수 있겠다고 했는데 이 소설이 바로 그 새로운 형식일 터이다.

1935년생인 작가는 10대 때 패전 후 일본의 어두운 시기를 통과하며 겪은 심정을 본인의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소설에 회고하는 형식을 취하며 현재, 과거 그리고 또다시

현재 시점의 흐름을 취했다.

 

소설에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아름다운 여자 주인공이 등장하는데, 얼핏 보면

그 여주인공이 어린 시절에 겪은 충격에 대한 트라우마와 그를 극복한 과정을 그린

소설 같지만 거꾸로 그 여성을 통해 진정으로 치유를 받은 사람은 주인공인 화자

즉 자기 자신일 것이다. 작가는 본 작품에서 자신에게 영향을 준 많은 작품들과

본인의 작품들을 곳곳에 흩뿌려 놓고 인용하며 화자와 자신을 동일시 하는 뚜렷한

행보를 보이면서 감정의 기복 없이 제 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듯이 담대하게

이야기를 끌어내고 있다.

 

오에 겐자부로의 문학에 대한 오마주는 본 소설의 큰 줄거리를 이루고 있는 영화제작의

모티브와 급진적인 전개 그리고 역경 다시 마무리로 이어지는 인생의 축소판에 끼워 넣고

응축하여 문학 자체의 치유의 능력을 재차 확인시켜 그 의미를 극대화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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