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자

My Life/Book 2014. 9. 29. 18:42





한 단어나 한 문장이 아닌 한 글자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한 글자를 손바닥 위에 올려 놓고 그 글자 자체를 ‘관찰’하였으며 그 관찰의 결과(본인의 생각)

풀어 쓴 내용이 한 권의 책 속에 고스란히 담아두었다

 

전에 읽었던 1cm 1cm+ 처럼 가볍게 읽으며 고개를 끄덕거릴 수 있는 책이지만

저자는 서문에 부디 느려 터지게 읽어 달라고 당부한다.

 

맞는 말이다.

 

아무리 좋은 음식도 허겁지겁 삼켜버리면 미뢰에서 맛을 느끼는 세포들에 감각을 전해주기도 전에,

목구멍을 넘어가 그저 현재의 배고픔을 채워주는 음식 이상의 역할을 해 줄 수 없을 것이다.

천천히 곱씹어 보고, 되물어보고, 생각해 보는 시간은 책을 읽을 때도 변함없이 필요한 것 같다.

 

이 책의 좋은 점은 카피라이터를 업으로 삼는 이의 창의적인 생각을 엿볼 수 있으며,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을 발달시키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본문에서 몇 글자 떼어 아래 옮겨본다.

 

‘반’

시작이 반이다

나머지 반은 시작한 일을 끝까지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을 끝내는 것이다.

저지르는 게 반 믿는 게 반이다.

 

‘꿈’

거미줄에 걸려 말라 죽은 나비에게 꿈을 물어보면 대답이 없다.

꿈꾸지 않는다. 죽었다. 같은 뜻.

 

‘가’

, 라고 말하면

, 혼자 남는다

, 안고 가야지

 

‘과’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과가 있다.

과한 욕심, 과한 기대, 과한 허세.

두 사람이 한 사람이 되려면 둘 사이에 놓인 과를 치워야 한다.

 

‘후’

사는 동안은 썩지 않기

죽은 후에 실컷 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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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에서 다루는 명제들은 정답을 찾을 수 없음에 한결 같이 난제라 할 수 있다.

‘삶이란 무엇인가’란 명제 또한 쉬이 정의 내릴 수 없는 명제로써 복잡하고 다양한 우리의 삶을

한 두 가지로 정의 내릴 수 없음에 다른 철학 주제들과 그 맥락이 같다고 할 수 있겠다.

 

이 책은 프린스턴대학교에서 수전 울프 교수가 학생들을 상대로 강의했던 내용을 집필하고,

집필된 내용을 4명의 서로 다른(인문학의 큰 범주로 본다면 같다고 할 수 있지만) 분야의 교수들이

논평하고 그리고 수전 울프 교수가 각각의 논평에 대한 답변을 수록한 구성으로 되어 있는 책이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무엇이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가?

“행복한 삶과 의미 있는 삶은 다른가?

“모두가 행복해지는 객관적 가치란 존재하는가?

“삶은 반드시 의미 있어야 하는가?

 

저자는 위의 물음들에 대한 대답을 찾기 위해 필요한 기준을 제시고자 강의를 시작하고

책을 집필했다고 한다. 다시 말해, 저자 스스로 그에 대한 대답을 내놓는 것이 아닌 “삶” 자체에

대한 집단지성의 고찰을 요하는 화두를 이 책을 통해 던져 놓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저자는 삶의 의미에 관한 논의를 이끌어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용어와 개념을 정의하고자 했다.

저자는 삶의 의미에 대해 “자기이익이나 도덕성과는 다른 가치 있는 삶을 이루는 하나의 범주”이며,

“열정적인 마음으로 객관적인 가치를 지닌 대상에 관여할 때 모습을 드러낸다”고 주장한다.

 

논평과 답변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객관적 가치”에 대한 내용들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객관적 가치판단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에서 논평을 하는 입장이나 답변을 하는 입장 어느 한편의

논리가 절대적으로 옳다고 할 수 없다.

 

서울하늘아래 김서방 찾기처럼, 아니 애당초 김서방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상황처럼 복잡하고 난해한

명제를 파고들어 각자의 논리를 펼치는 철학 논제들은 꼭 답답함을 느끼게 하거나 혹은 우리와는 상관없는

아주 먼 나라의 예기만이 아닌 우리에게 논리적 사고를 고찰하는 기회를 주고 또 스스로 좀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점에서 그 자체만으로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논평의 내용 중 “최고의 가치”에 대한 노미 아르팔미 교수의 아래와 같은 생각에 심히 공감이 간다.

 

“최고의 가치란 없는 것이다. 도덕성의 관점에서 볼 때 우리는 반드시 도덕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신중함의 관점에서 볼 때 항상 신중하게 움직여야 한다. 마찬 가지로 모든 가치에 대해서도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두 가치가 충돌할 때 사람들은 ‘각자 스스로’ 판단을 내린다. 이 말은

곧 각각의 모든 가치들을 초월해 우리에게 어떤 선택이 옳은지 분명하게 말해주는 상위 가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사고를 발전시킨다는 것은 관점의 차이를 이해하고 수용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질문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니

답이 없는 질문이라 해서, 끝이 보이지 않는 여정이라 해서 무의미하거나 무익하다고 할 수 없지 않을까?

또한 무의미하거나 무익하다고 해서 바뀌는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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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없는 남자들”은 제목 그대로 이러저러한 사유(사별, 이혼, 외도, 독신주의 등)

반려자가 없는 남자들을 모티브로 한 단편들을 한데 묶은 단편소설집이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단편소설을 묶은 소설집을 출간하는 것은 2005 "도쿄 기담집"

이후 9년 만이라고 한다.

 

그 동안 모든 청춘의 심연을 깊숙이 파고드는 소설들을 써왔던 그가 이번에는 단편들 중

오직 한편을 제외한 모든 소설에서 중년의 남성을 등장시켜 기존과는 사뭇 다른,

어쩌면 많이 다른 새로운 느낌의 소설을 써냈고 그만큼 타깃으로 잡은 독자의 연령을

많이 높여준 것이 이번 작품의 노림 수(?) 중 하나가 아니었나 생각해 보았다.

 

어쨌든 그의 작품에선 여전히 감탄을 자아내는 문장과 상상력 그리고 기발함을 양껏

맛볼 수 있어 즐거운 독서였다. 때로는 지독히 현실적이고 때로는 나른할 정도로 몽환적인

글들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내지르는 탄성에 놀랄 때도 있었다,

 

드라이브 마이 카

예스터데이

독립기관

셰에라자드

기노

사랑하는 잠자

여자 없는 남자들

 

 7개의 단편으로 꾸려졌으며, 지금 돌이켜 봐도 (물론 시간이 얼마간 흐르지 않았지만)

머릿속에 생생하게 play되는 느낌이다.


단편들에 베어있는 독한 중년의 냄새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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