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밥바라기별

My Life/Book 2013. 7. 26. 16:50




오래 전 첫 미국 출장을 가게 되었을 때 함께 동호회 활동을 하던 친구가

먼 여행길 지루하지 말라고 선물해 주었던 책이다.

그때 당시에는 이것 저것 준비할 것도 많고 여러 가지로 여유가 없어 읽지 못하였는데

최근 집안 책장에서 묵묵히 오랜 세월 주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이 책을

무심코 집어 들어 읽게 되었다.

처음 읽는 책이었지만 웬만큼 시간이 흐른 지라 노랗게 바래진 책장들을 보니

왠지 긴 시간 나와 함께해온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한편으론 자신의 게으름으로

이제 집어 들어 마주하게 된 미안한 느낌이 함께 밀려왔다.

 

“개밥바라기별”

상당히 독특하고 먼가 사연이 있을 것 같은 냄새를 풍기는 이 단어는,

개가 밥을 줬으면 하고 바랄 즈음(해질 무렵)에 서쪽 하늘에 홀연히 나타난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이러한 것들을 접하면 참 옛 사람들의 naming sense도 기발하다.

본래는 금성을 가리키고 새벽에는 “샛별” 이라고도 부른다고….

작가인 황석영은 성장소설이 유난히 많지 않는 한국 문학계에 question mark를 던지며

이 작품을 내놓았다고 한다.

 

내 아버지뻘 세대들이 겪었던 모진 시대적 상황을 배경으로 주인공인 준이는

자아를 확립하지 못한 채 방황하며 나이가 들수록 더욱 심한 내적 갈등을 쌓는다.

자아를 찾기 위한 몸부림으로 전국 유랑, 천산 만수에 은거 등을 하지만

종내 닿을 수 없는 좌절감에 자살 기도 까지 하게 된다.

 

어느 누구에게는 극단적이라고도 할 수 있고, 어느 누구에게는 겪어 볼 수 있을법한

이야기와 잊혀져 가는 혹은 이미 잊혀진 우리말들을 되새기거나 배울 수 있으며

때로는 공감이 가고 때때로 이해할 수 없는 주인공의 행동들이 깊은 동질감을

만들어 몰입하게 만드는 여러 가지 매력이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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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에 학창 시절을 보낸 작가가 그 시대를 배경으로

3명의 단짝 친구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과거사와 각 주인공의 일상을

적절히 배합해 낸 소설이다.

 

시간상 거의 완벽하게 나의 성장시기와 맞아 떨어져서 그런지,

소설 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역사적 사실(김일성 사망, 삼풍백화점 및 성수대교 붕괴 등)들이

소설을 읽는 나와 주인공 들의 동시대적인 공감대를 쌓는데 더할 나위 없이 좋았던 느낌이었다.

 

복잡한 가정사를 안고 있는 세미, 한번 본 것을 모두 기억해 내는 천재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남들에게 들키기 꺼려해 두 친구 이외에는 아무하고도 이야기 하지 않는 지혜,

그리고 틱 장애를 앓고 있는 준모. 이 세 명이 서로에게 더할 나위 의지가 되고 각별한

우정을 쌓아가지만 종내 자신들의 내면에 깊숙이 자리한 고통들에 대해서는 서로

나눌 수 없는 청춘의 번뇌와 고통들을 담담한 어투로 늘어 놓는다.

 

청춘 소설답게 아주 극적이거나 드라마틱한 요소들은 배제하고

사춘기 소년 소녀들의 풋풋한 생각과 감정들로 채워 놓은 투명한 소설이다.

 

작가는 본인이 그 시절에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을 이 한 권의 책에 쏟아 놓고

그 후련함으로 제목을 그렇게 지어 놓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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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하트

My Life/Book 2013. 7. 25. 21:02




순전히 올해 제18회 한겨례 문학상을 수상했다는 타이틀 하나로 선택하여 읽게 된 책이다.

소설 이지만 너무나도 현실적인, 내 나이 또래의 친구의 후일담을 듣는 듯한 내용으로,

여주인공인 미연이 헤드헌터로서 일하면서 업무와 일상을 통해 만나는 주변 사람들은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재 한국 사회의 단상을 그대로 보여 준다.

 

이미 거품이 사라져버린 부동산 투자에 아직까지 열을 올리고 있는 윗집 여자,

집에서 빈둥거리지만 집안일을 전혀 도와주지 않는 남편을 두고 결코 만만치 않은 기자라는

직업과 두 아이의 양육을 병행하는 슈퍼맘 동생 세연, 적합한 인재를 바라지만 결국엔

모든 것을 스펙(학벌) 위주로 판단하는 의뢰인(회사)들 등등 현대사회의 단면 등을

그리 날카롭지 않은 시선으로, 하지만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풀어 냈다.

 

복잡한 스토리 전개나 복잡한 주변인들이 등장하지 않는,

너무나 일상적인 이야기라서 쉽게 동화될 수 있는 매력이 있는 책으로

요즘 같은 휴가철이나 머리가 복잡할 때 가볍게 읽어 볼 만한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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