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민 관점의 역사가 아닌 타국의 관점에서의 역사조명
"만화"라고 하면 의례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드라마나 영화 같은 대중 매체 중의 하나로서 일정한 스토리가
있고 짧던 길던 간에 그 분량에 있어서 연속적인 것이라 생각하게 되는데, “일본, 만화로 제국을 그리다”라는 책 제목을 처음 접하게 되었을 때의 기대와는
다르게 우리가 일간 신문 등지에서 접하게 되는 정치, 경제, 국제, 사회에 대한 풍자, 시사에 관한 내용이 그 주를 이루는 것이 이
책이다. 하지만 한 컷의 시사만화(주, 일간지의 삽화)가 얼마만큼의 큰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지를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일본과 한국의 근대 역사의 내용이 그 주를 이루는 이 책은, 청일전쟁 이전부터 조선병탄까지의 역사를 주로 다루고 있으며 그 시기에 일본이 어떻게 만화 저널리즘을 발달 시켰으며, 만화 저널리즘을 통해 일본 국민들에게 제국주의의 정당성 및 민족 우월주의 등을 쉽게 전파시킬 수 있었는지 수많은
만화(시사만화, 삽화)등을
통해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지은이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
주변 동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일찍 개국했던 일본이 당시 제국주의의
세계 정세에 편승해 제국건설을 위해 꼭 필요한 “조선병탄”을
위해 만화저널리즘을 이용해 끊임없이 자국민의 의식을 잠식시키고, 이후 국민의 자발적인 동의, 아니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냈는지를 보면 그 힘은 실로 대단하다고 느낄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작가는 1800년 후반부터
등장한 일본의 풍자만화 잡지에 기고되었던 시사 만화들을 “제국건설 동참 초대장”이라 표현하였는데 초대장이라는 표현이 아주 적절하게 느껴질 정도로 책에 실린 삽화들은 그 전반에 걸친 내용들이
분명 한가지 (일본 제국의 건설을 위한) 목표를 두고 그려
졌음을 알 수 있다. 무척이나 흥미로웠던 점은, 일본의 서구
열강들을 바라보는 태도와 주변 동아시아 국가들을 바라보는 태도이다. 유치하게 까지 느껴지는 그들의 태도는
책에 게재된 모든 삽화(만화)들을 통해 분명히 알 수 있는데, 이는 서구 열강들은 우수한 민족이라는 맹목적인 시선으로 일본인 자신들을 표현할 때에는 얼굴 형태며 그들의 행위, 심지어 의상까지도 모두 서구화 하고 있음을 볼 수 있고, 주변 동아시아
국가들을 표현할 때에는 미개하고 우매한, 동물들에 비유한 것을 볼 수 있다. 조선은 닭, 청은 과거 화려했던 시절만 믿고 나태해져 현재는 살집만
키우고 활동력이 떨어지는 돼지로, 러시아는 겉으로 보기에는 굉장히 위협적이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텅
비어있는 미련한 곰으로 풍자했다. 조선을 왜 닭으로 표현했는지에 대해서는 이 책에서 다루지 않았지만
그 이유가 꽤나 궁금하다.
또 재미 있었던 부분은 주변 동아시아 국가들을 동물에만 비유했던
것만은 아니고 특징적인 것들을 부각시켜, 예를 들어 청나라는 변발을 두각 시켜 표현하고, 조선은 갓과 흰 한복 긴 담뱃대 등을, 러시아는 옆으로 긴 수염과
털모자 털옷 등으로 일관성 있게 표현한 점이 재미 있었다. 크게 보면 청일전쟁, 러일전쟁, 그리고 조선 병탄의 역사가 이 책을 이루고 있는 주된
역사적 사실이다.
청일전쟁을 통해 일본은 분명 제국건설의 첫 단추를 확실하게 끼웠다고
생각했지만 서양 열강들의 제재 속에서 그 실효를 확실하게 거두지 못했으며 그 계기로 열강들과의 외교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깨닫고, 10여년을 급하지 않게 치밀하게 준비한 끝에 러일전쟁을 일으켜 대승하여 확실하게 동아시아의 패권을 장악하여
조선병탄의 기틀을 다지게 되었다. 청일전쟁의 주된 시사만화는 돼지로 표현된 청나라 군사들의 무력함을
위주로 자국민에게 무력한 청나라 군사를 막강한 일본 군사들이 연일 격파하고 있음을 전달하여 일본 자국민으로 하여금 자긍심을 고취시키는데 그 역할을
톡톡히 하였음을 알 수 있다.
러일전쟁의 경우는 청일전쟁 때와는 다르게 전쟁초기의 시사만화들은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는 듯한 양상을 보이다가, 전쟁이 진척되고 일본이 연승을 거두기 시작하자, 청일전쟁 때와 마찬가지로 러시아 군인들의 허상을 피력하는데 그 중심을 두고 표현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때 처음 일본이 미국의 신문들을 연구하여 연속 만화를 한 시사만화 잡지에 기제한 것인데, 총 4컷으로 구성된 이 만화는 처음 거대한 러시아 군인과 조그마한
일본 원숭이의 싸움이 점차 원숭이는 일본인이 숭배하는 태양신 아마테라스로 변해가고 러시아 군인은 곰으로 변해가는 내용이다.
언제부터 인지 정확히 모르지만 우리가 흔히 일본인을 비하할 때 일본
원숭이라고 비하하던 것이 근대 일본 시사만화에 그들 스스로가 원숭이로 표현한 것이 참으로 재미있었다. 청일, 러일전쟁을 거쳐 드디어 일본의 숙원 이었던 조선병탄에 대한 내용이 이후 삽화의 주된 내용인데, 사실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의 발발 원인 자체가 조선을 차지하기 위한 것이었음을 볼 때 가장 주된 내용이 조선병탄에
대한 내용이라 할 수 있겠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1900년대
암울했던 조선 병탄의 역사를 일본인의 시각, 시사만화를 통해 재조명해 볼 수 있는 부분이었으며, 그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시사 만화와 그 해설을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관점의 차이 이겠지만 피해국민의 입장에선 분노를 일으킬만한 표현들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저자의 객관적 어조는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시선의 정치)를 충분히 일관되게 전달했다고 판단된다. 역사적 사실과 그 당시의
일본 만화 저널리즘을 통한 일본 내 정치 언론 상황에 대한 설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구성한 부분 또한 지은이가 일본이 시선의 정치를 위해
만화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이용을 하고 또 실제로 효과를 거두게 된 것을 피력하는데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그 초점을 청일전쟁부터 조선병탄까지에 국한한 것이 개인적으로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었으며, 일본이 패전을 하고 난 뒤에도 어떻게 시선의 정치를 행하였는지 조금의 내용이 보충
되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작가는 일관성 있게 객관적인 어조로 이야기와 삽화에 대한
설명을 이끌어 나갔지만 책의 마지막 에필로그 부분에서는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 에필로그에
있는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과거 제국주의 망령들이 벌이는 춤판을 통해 새로운 국가 진로를 모색하고
있는 것은 현대 일본의 불행이다.” 라고 일본이 과거의 시사만화가 만들어낸 이웃나라 (조선, 청, 러시아 등)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다시 불러내면서 당당하지 못한 자신들의 역사를 왜곡하여 정당화 하고 그 역사에 얽힌
주변 국가들을 또다시 왜곡하면서 국민들의 동참을 다시 한번 끌어내기 위해 “시선의 정치” 즉 만화를 이용하고 있다는 부분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개인 적으로는 학창시절 배우고 잊고 있었던 조선의
우울했던 과거사를 돌이켜 볼 수 있었으며, 자국민 관점의 역사가 아닌 타국의 관점에서의 역사조명은 상당히
흥미로웠고, 또한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였던 대중매체, 특히
시사만화가 사회를 구성하는 개개인의 단순한 정보 전달을 초월하여 그 의식까지 잠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 계기가 되었다. 부녀가 공동으로 지은 이 책은, 책의 가장 마지막 맺음말을 통해서
알게 되었지만, 각 장을 나누어 작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이 쓴 듯한 매끄러운 전개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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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스스로 마음의 작은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가?
‘작은 상처가 더 아프다’는 자존감이
약하거나 유독 마음을 잘 다치는 사람들을 위한 심리처방으로, 마음경영 전문의 최명기씨가 지은 책이다
최명기씨가 지은 ‘걱정도 습관이다’를 일전에 읽었는데 그
역시 우리 마음과 관련된 책으로 꼭 섬세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쉽게 상처 받을 수 있는 현대인들의 마음병을 치유해 주는 좋은 글들이 담겨있다.
작은 상처는 당장 티 나지 않지만 잘 살피지 않으면 덧날 수도 더
큰 병을 불러올 수도 있으니 조금씩 자주 상처를 받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상처 받고 있는지 아닌지 먼저 유심히 살펴야 하고 그에 따른 원인과 분석
그리고 나름의 처방을 해야 하는데 이 책은 그 일련의 과정을 도와주는 책이다. 외국 심리학 책과는 다르게
우리 정서에 맞는 적절한 예시를 들어 좀더 직접적으로 마음에 와 닫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
책은 크게 3개의 장으로
나누어져 있다. 첫 번째 ‘왜 나만 상처받을까’에서는 무관심을 견디기 힘든 사람, 남 탓하는 능력을 잃어버린 사람
그리고 동정심에 발목 잡힌 사람 등 상처를 주는 주체가 본인에 좀더 가까운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두
번째 ‘왜 너는 상처를 줄까’에서는 자랑하고 생색내고 조롱하고
무시하는 사람, 타인을 이용해 먹는 사람, 변덕이 죽 끓듯
하는 사람 등 상처를 주는 주체가 전적으로 타인인 경우에 해당하는 사례들이 실려 있다. 두 번째 테마의
경우는 타인에게 휘둘리거나 혹은 타인을 바꾸려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자신을 보호하는 스탠스를 취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마지막 ‘나는 작은 상처에 흔들리지 않는다’에서는 다름 인정하기, 감정 조절하기, 상처받지 않는 힘 키우기 등 상처받지 않는 인생 설계를 위한 조언을 집중적으로 하고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몇 가지 응급 처방들을 해준다. 이로써 작은 상처 따위는 받지 않거나 받더라도 금세 치유할 만큼 마음의
힘을 키워갈 수 있는 방법들을 배울 수 있다.
좋은 사람 콤플렉스에서 벗어나 좋은 사람 보다는 존중 받는 사람이
되는 것은 타인에 의해 상처받아 본 사람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제
3자 입장에서 보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대처할 수 있는 문제라도 본인이 겪게 되면 쉽게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이 책은 이러한 때 마음을 보듬어 주고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혜안을 주는 책이 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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