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호기심으로 충만한 책
‘불순한 언어가 아름답다’는 작가이자 언론인인 고종석씨가 2015년 3월 한 달 동안 벙커1(혜화동)에서 네 차례에 걸쳐 진행한 언어학 강의 ‘말하는 인간’을 책으로 엮어낸 것이다. 언어학 이라는 카테고리를 가지고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했기 때문에 저자는 최대한 관념적인 말을 피하고 날것의 구어체를 천연덕스럽게 쓰려 노력했다고 한다. 때문인지 학문으로써의 언어학을 대하는데 일반인들이 어렵게 느껴지지 않도록 최대한 유연하게 설명을 해주어 큰
어려움 없이 읽을 수 있다. ‘언어와 세계’, ‘섞임과 스밈’, ‘언어와 역사’, ‘번역이라는 모험’이라는 각각의 주제들이 언어라는 공통 소재를 품고 있으며 각각 4차례에
걸쳐 강연이 이루어 졌다.
“언어와 세계 / 언어는 생각의 감옥인가?”
언어란 무엇이며 연속적인 세계에서 불연속적인 언어가 세계를 완벽하게 재현해 낼
수 있는가에 대한 자문자답으로 시작하여 언어가 먼저 인지 세계가 먼저인지, 언어는 세계를 바꿀 수 있는지
그리고 언어가 언제, 누구로부터 정식화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고유명사들이 많이 등장해 다른 주제들에 비해 난해한 부분이 많았던 장이지만 그 동안 인식하지 못했던 언어와
세계와의 관계를 바탕으로 주의를 환기하고, 형식으로써의 언어에 대한 관심과 집중을 유도한 강의라는 생각이
든다.
“섞임과 스밈 / 우리 안의 그들, 그들
속의 우리“
저자 개인적으로 인생에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었던 ‘유럽의 기자들’시절을 소개하며 그 때 겪었던 언어 배경이 다른 사람들
사이의 의사소통 경험을 바탕으로 다(多)언어 사회의 언어 위계와
코드스위칭(언어 교차사용), 서로 다른 언어의 접촉과 간섭의
역사에 대해 꽤나 재미있는 주재를 다루었다. 각기 다른 국가의 언어들이 서로 어떻게 영향을 끼치게 되었는지, 차용된 언어들, 한자 문화권인 중국, 한국, 일본의 훈독과 음독이 왜 각기 다른 것인지 등 흥미로운 주제들
이었으며, 4개의 강의 중 가장 재미있었던 강의가 아니었다 싶다.
“언어와 역사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역사적 관점에서 언어를 바라보고, 우리가
알고 있는 우리말의 고정관념을 바꾸어준 강의다. 엄밀히 따지면 우리나라는 한국어와 제주어를 사용하는
국가이며 제주어는 독립된 언어로 한국어와 다르다는 사실. 하지만 정치적 이유로 제주어가 한국어의 부분으로
인정되고 있다는 것은 한국어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해주었다. 일본어와 오키나와어도 제주어와 동일한
케이스였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으며 같은 민족이라 하더라도 다른 시기의 사람들, 일례로 21세기 한국 사람과, 15세기 조선시대 사람이 대화가 통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서도 언어변화의 연속성으로 잘 설명되어 있다.
“번역이라는 모험 / 부정한 미녀들의 반역“
‘번역이란 무엇인가?’ ‘번역에는 직역과
의역이 있는데 직역은 과연 가능한 것인가?’ 등 한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언어(번역)에 대한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이 마지막 강연의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마지막 강연인 만큼 저자는 전체 강연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하나로 압축하여 강연 마지막에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모든 언어와 문화가 감염되어 있고 우리 존재 자체가 감염되어 있음을 기꺼이 인정하자. 우리가 스스로를 순수하다고 생각한다면 우리는 반드시 어떤 불순한 것을 찾아서 뽑아낼 것이니 우리 스스로 모두가
불순하다고 생각한다면, 세상에 대해 조금은 너그러워 지지 않을까? 그래서
정말 위험한 것은 불순한 게 아니라 순수한 것이다!”
이 책 ‘불순한 언어가 아름답다’는 언어학에 대해 잘 몰랐거나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본인을 포함하여)에게 언어(학)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흥미롭고 재미있는 지식을 쉽게 익힐 수 있게 하여 지적 호기심을 만족시키는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오랜만에 지적 호기심으로 충만한 책을 만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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