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은 죽지 않는다
편견이라는 것은 한번 자리잡으면 쉽사리 변하지 않는 것이어서 우리가 다각도로 사고하는데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특히 대중매체를 통해 접하게 된 내용이나 여러 사람의 구변을 통해
접한 내용들은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지는데, 스마트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스마트기기의
도움으로 게을러지거나 더 이상 생각하려 들지 않는다는 인식 또한 편견이라 할 수 있겠다.
위 예는 어느 정도는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스마트기기의 출현이 인류를 퇴보시킨다는 생각은
좀 위험할 수 있으며, 이러한 통념들을 뒤집는 내용으로 과학기술 분야의 베테랑 저널리스트인
클라이브 톰슨이 지은 책이 바로 ‘생각은 죽지 않는다’이다.
1장 ‘켄타로우스의 등장’에서는 이미 슈퍼컴퓨터가 세계 체스 그랜드 마스터를 이겼지만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직관은 아직 흉내 낼 수 없으며, 인간과 슈퍼컴퓨터가 함께 협력하여 체스 경기를
할 때 더욱 더 복잡하고 현란한 경기를 펼칠 수 있다는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이는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는 개념이 아닌 인간과 기계가 협력할 때의 시너지, 즉 반인 반수인 켄타로우스가
디지털 세상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관점을 제시한다.
2장 ‘완전한 기억에 도전하는 사람들’은 좀더 괴팍스러운 사람들에 대한 내용을 다루는데,
생의 보다 완전한 기억을 위해 우리의 기억력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외부 저장매체에 모든
생활을 기록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목에 걸 수 있는 카메라를 통해 본인의 생활을
실시간으로 모두 녹화하는 사람, 유아의 언어발달 과정을 심도 있게 연구하기 위해 아이가
갓 태어난 시점부터 본인의 집에 수십 대의 카메라를 설치하고 실시간으로 녹화하는 사람들이
그 주인공인데, 이 사람들이 저장한 어마어마한 용량의 데이터들은 그들의 뇌가 잘못 기억하고
있는 사실들을 올바른 기억으로 돌려줄 수 있을뿐더러, 그들과 접촉한 주변인들의 과거까지도
기록된 진실에 기반하여 확인해 줄 수 있다. 상당히 엉뚱해 보이는 이러한 발상이 시사해 주는
점은 온전하지 못한 기억에 의존하려 애쓰는 것 보다는 확실한 메모리에 의존하여 정확한
데이터를 얻는 것이 더 좋을 수 있으며 상대적으로 여유가 생길 수 있는 우리의 뇌를
다른 곳에 집중하여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이후의 챕터들에서 다루는 것들도 매우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이 소개되어 있으며 우리가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온라인을 통한 생각의 공개나, SNS를 통한 상태 업데이트들이 단순히
디지털 시대의 소음들이 아닌 긍정의 side effect들을 만들어 내고 있는 사실들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책에서는 기술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을 낙관적으로 바라보고 있고 많은 부분 동의가 되지만,
편견이 우리의 눈과 사고를 가릴 수 있다는 전제와 같이 기술이 우리의 사고 패턴을 좋은
쪽으로 바꾸는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는 아직 더 두고 봐야 할 일일 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통해 볼 때 새로운 도구의 출현은 새로운 적응력을 만들어 냈고, 인류는 보다
현명하게 이를 다룰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