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에게는 대문호의 문하생이 되는 것이 꿈 같은 일일 것이다. 아놀드 새뮤얼슨이라는 작가 지망생은 <코스모폴리턴>지에 실린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소설 <횡단여행>을 읽고 깊은 영감을 받아 단순히 그와 함께 그의 소설에 관해 잠시라도 얘기를 나누어 보고 싶은 심정으로 3,200km나 되는 무모한 여행길에 오른다. 20대 초반의 젊은 혈기로 무모한 결정을 단행했지만 그 결정이 결국 헤밍웨이와 1년동안을 동거동락 하게 되는 결과를 맺게 만든 것이다

 

Original Title

 

헤밍웨이는 낚시 광?

 

이 책에서 작가가 되는 길, 글을 잘 쓰는 법 그리고 훌륭한 글의 소재 등 오롯이 작가 수업에 관한 내용만을 기대한다면 크게 실망할 수 있다. 번역본의 제목은 <헤밍웨이의 작가 수업>이지만 원서의 제목은 <With Hemingway : A Year in Key West and Cuba>로 키웨스트와 쿠바에서 헤밍웨이와 함께 보낸 1년이 주된 내용이다. 사실 ‘헤밍웨이의 낚시 수업’이 더 어울리는 제목일지도 모르겠다. 이쯤 되면 ‘낚였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헤밍웨이와 새뮤얼슨이 나눈 대화들을 통해 헤밍웨이의 글쓰기에 관한 식견을 알아볼 수 있다. 본인보다 1.5~2배 이상 큰 새치 낚시를 잘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덤이라고 생각하자.

 

새치 낚시를 즐기는 헤밍웨이

 

 

작가수업 - Hemingway

 

모르는 건 쓸 수 없어

순전히 상상에 의존하는 건 시(). 공간과 인물들을 철저히 파악해야 하네. 그러지 않으면 얘기가 진공 속에서 벌어지게 되지. 창작은 써가면서 하는 걸세. 그 날의 글쓰기를 끝낼 즈음에는 그 다음 이야기가 어찌 펼쳐질지 알겠지만 그 이야기 다음에 벌어질 일까진 알 수 없기 때문에 이야기가 어찌 끝날지는 끝까지 가봐야 안다네

절대로 살아 있는 작가들과 경쟁하지 말게

그들이 훌륭한 작가인지 아닌지 알 길이 없으니까.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죽은 작가들과 겨루게. 그들을 따돌릴 수 있다면 잘하고 있다고 여겨도 무방해. 좋은 작품이란 작품은 몽땅 읽어둬야 해. 그래야 이제껏 어떤 것들이 쓰였는지 알 수 있을 테니. 자네의 이야기 거리가 누가 이미 다룬 것이라면 그보다 더 잘 쓰지 않는 한 자네의 이야기는 초라할 뿐이야.

꾸준히 쓰라

내가 자네에게 줄 수 있는 딱 한 가지 충고는 꾸준히 쓰라는 걸세. 물론 지독하게 고된 짓이지. 내가 글을 써서 돈을 버는 건 펜을 들고 해적 질을 일삼기 때문이야. 내 경우 단편 열 개를 써봤자 그 중 하나 정도만 쓸 만할 뿐 나머지 아홉은 버린다네. 창작은 꾸준히 써나가며 터득하는 거야.

어떻게 쓰는지 배우려거든 신문 잡지 쪽 글을 많이 써봐야 해

머리를 유연하게 하고 언어를 지배하는 힘을 길러주거든. 그러고는 매일 연습하는 거야. 날마다 본 것을 독자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묘사해봐. 그러다 보면 그게 종이 위에서 살아 움직일 거야. 플로베르가 모파상한테 그렇게 글쓰기를 가르쳤지. 뭐든 묘사해봐. 선착장에 서 있는 자동차, 만류나 거친 바다에 쏟아지는 스콜도 좋고. 감정을 집중하려고 노력해.

사물과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법

지금 자네한테 필요한 건 눈을 이용해서 사물과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법을 배우는 거야. 그래야 쓸 때 그것들을 고스란히 나타낼 수 있어. 어떤 하나를 다른 것과 비교할 때는 주의해야 한다네. 같은 것은 없기 때문이지. 모든 것이 고유하다네.

 


Ernest Hemingway

 

 

 

헤밍웨이로부터 배운 작가가 되는 길…

 

사물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효과적으로 표현할 줄 아는 것이 예술가들의 기본적인 소양일 것이다. 작가는 글을 통해 작가가 눈으로 본 것 그리고 느낀 것, 생각한 것을 다른 사람이 그 글을 읽었을 때 생생하게 떠오를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 중요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글로 재연해 내는 연습이 필요하며 익숙해 지고 난 후에는 자신만의 시각을 갖게 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많은 글을 읽고 많은 지식을 쌓아야 그 지식들을 연결하여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며, 꾸준하게(무슨 일이든 그렇겠지만) 글을 쓰고 쉽게 낙담하지 않는다면 누구든 작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