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사람인가’는 공자의 이상주의와 마키아벨리의 철저한 현실주의를 오가는 세 명의 17세기 유럽 사상가들의 통찰을 바탕으로 좋은 사람보다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것이 비정한 세상에서 현명하게 살아남는 방법이라고 주장하는 책이다. 철저하게 현실적이고 실리적인 관점으로 세상을 관조하는 세 명의 사상가들은 ‘너무 착하지도, 그렇다고 악하지도 않게, 그대로의 나인 채로 살아가라’고 말한다. 위선의 시대, 혼돈을 피할 수 없다면 어떻게 그것과 더불어 살아갈 것인가 하는 문제는 17세기를 살았던 세 현자들의 잠언 속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17세기 유럽에는 음모와 배신, 정치적 모략, 함정, 암살, 내전이 끊이지 않던 시절이었으며 지금이나 그 때나 표면에 드러나는 양상만 다를 뿐 여전히 힘든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21세기에도 그리고 그 이후에도 유효한 내용이지 않을까 싶다.

‘좋은 사람’보다 ‘필요한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책에서는 어떻게 나를 지켜낼 것인지 먼저 고민하고, 자신을 확실히 지켜내면서 세상과 조화를 이루어 낼 수 있도록 하여 결국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 것인지 결정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부러진 손가락을 드러내면 적의 공격이 그 손가락에만 집중된다. 그러니 아무리 작은 허점이라도 함부로 드러내지 말라. 악의를 가진 사람들은 당신의 약한 곳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낙담했더라도 내색하지 말라. 사람들은 그것을 빌미로 당신을 조롱거리로 삼으려 할 것이다. 지혜로운 이는 약한 곳을 절대 드러내지 않으며 적의 공격을 받아도 태연하게 대처한다.’ – 그라시안

우리는 감출 때와 드러낼 때를 알아야 한다. 심계(深計)가 있는 사람치고 자기 의향을 드러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남다른 능력은 치명적 약점과 샴쌍둥이처럼 붙어 있다. 백전노장들이 자신의 능력을 적당히 보여주고 감추고 하는 것은 그로 인해 약점 또한 드러날 수 있기 때문에 경계하는 것이다.

 

‘친구가 행복하게 되었다는 소식에 우리가 기뻐하는 것은 선량함도 아니고 우정 때문도 아니다. 이번에는 우리가 행복하게 될 차례가 왔다든가, 또는 친구의 행운 덕으로 뭔가 좋은 일이 있겠지 하고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자기애 때문이다.’ – 라 로슈푸코

무엇이든 내줄 수 있는 격한 우정보다 편안한 우정이 안정적이며, 많을 것을 줄 필요도 없고, 많은 것을 바라지도 않는 정도의 관계가 누구에게나 허용되며 그 관계를 애써 망치지 않는다면 그것도 행운이라는 생각이다.

 

‘인생이란 느끼는 사람에게는 비극인 반면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희극이다. - 라 브뤼예르

위 문장은 우리가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하여 포괄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성적 판단이 우리 인생을 지켜줄 것이며 감성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현실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생각인 것 같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과 같이, 초현실적인 생각들은 감성의 저편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으나 감정적으로 쉬이 받아들여지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본인 또한 현실과 이상의 중간지점을 끊임없이 타진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한쪽으로 치우치는 순간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에 쉬이 공감할 수 없는 부분도 있으며 격하게 고개를 끄덕거린 부분도 있었다. 어찌되었건 우리는 혼자서만은 살 수 없는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많게든 적게든 서로 영향을 주고 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니, 본인 스스로와 상대방에게 소중한 사람 그리고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것은 우리가 세상으로 나온 사명 중 가장 중요한 사명이지 않을까 싶다. 아래 그라시안의 마지막 잠언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단초를 찾아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아름답고 풍요로운 삶을 위해 인생 1막은 죽은 사람들과 대화를 즐겨라. 고전에 힘입어 우리는 더 깊이 있고 참다운 인간이 된다. 인생 2막은 살아 있는 사람들과 어울리며 세상의 좋은 것들을 즐겨라. 조물주는 우리 모두에게 재능을 골고루 나누어주었고, 때로는 탁월한 재능을 평범한 사람들에게 주었다. 그들에게서 다양한 지식을 얻어라. 인생3막은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서 보내라. 행복한 철학자가 되는 것만큼 좋은 인생은 없다.’ – 그라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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