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다
젊은 시기에 등단하여 이미 등단한지 20여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젊은 독자들의
지지와 사랑을 꾸준히 받고 있는 김영하는 그의 수많은 작품을 통해 한국 문학계에서 그만의
독보적인 세계를 구축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손에 꼽을 정도로 좋아하고 동경하는 작가로
처음으로 전작(全作)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드는 작가이기도 하다. 김영하의 작품들은
언뜻 배경이 어둡고 음습하고 꺼려지는 사회의 단면들을 들추고 건드려 놓는다.
분명 우리주변에 있지만 건들고 싶지 않았던 부분들을 끄집어 내어 툭 던져 놓고선
한 발짝 물러서거나 뒤돌아 서버리는 듯한 그런 느낌을 그의 작품들을 통해서 조금씩
느낄 수 있었다.
‘말하다’는 김영하가 펴내는 산문 3부작중 두 번째 산문으로 첫 번째인 ‘보다’와 후에 출간될
‘듣다’의 중간에 끼어 있는 산문이다. ‘보다’에서 풀어놓은 날카로운 시선과 새로운 생각들에 비해
‘말하다’는 기존에 그가 인터뷰 했던 내용과 강연했던 내용을 정리하여 묶어낸 것인데 단순히
기존 내용을 재탕했다기 보다는 인터뷰나 강연에서 편집되어 날것으로 전달되지 못했던 내용을
작가의 말과 생각으로 다시 날것으로 전달하려고 하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물이라고 하겠다.
김영하는 TEDxSeoul 에서 “예술가가 되자, 지금 당장”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강연을 했었고
그때 강연을 준비했던 원고를 본 책이 수록했다. 최근에 읽었던 ‘예술수업’이라는 책과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는 그 강연은 예술가로 태어난 우리가 예술을 버리고 리얼리티의 세계에서
즐거움 없이 살아가는 현실에 예술의 즐거움을 더하기 위해 다중의 자아를 가져줄 것을 요구한다
디지털과 정보화의 시대에 아직도 아날로그의 책을 통해 사람들이 찾고자 하는 것은 즐거움 그
자체이며 즐거움은 우리 내면에서 찾아내고 조우하고 발견하는 모든 것들일 것이다. 그것이
실체가 있는 즉, 우리 일상에 도움이 되는 일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한 맥락이 아니며
우리 생(生)을 채워주는 크고 작은 덩어리로써의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첫 문장을 적으십시오. 어쩌면 그게 모든 것을 바꿔놓을지 모릅니다”
글쓰기 또한 문학이라는 한 예술 장르에서 분명 우리에게 커다란 즐거움을 주는 행위이며
주제 선정, 플롯 작성 등 복잡한 글쓰기의 정석을 따질 필요 없이 그냥 내면에서 떠오르는 것을
그대로 쏟아낼 때 우리가 미처 기대하지 못했던 자신 또는 자신이 창조한 세계를 만나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 하는 듯 하다.
산문이 주는 즐거움 중 첫 번째는, 글 속에서 어떤 함의를 찾을 필요 없이 있는 그대로의
생각들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평소 관심 있게 지켜보거나 좋아하는 작가의
생각을 좀더 적극적으로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말하다’는 위의 즐거움과 더불어 소설가로서
그리고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써의 김영하의 삶과 생각 그리고 자세들을 잘 엿볼 수 있는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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