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가 아닌 예술 작품과 그 제작과정을 접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책
텍스트가 아닌 예술 작품과 그 제작과정을 접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재일(在日)의 연인’은 일본의 현대 미술가 다카미네 다다스가 재일 코리안에 대해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려고 애쓴 삶의 궤적과, 그것이 스며들어있는 본인의 작품에 대한 일종의 해설 같은 책이다. 그렇지만 현대미술이라는 난해한 이해를 요구하지는 않으며 일본의 한 예술가와 그 주위의 재일 코리안들과의 관계 그리고 한 개인의 삶을 통해 보다 큰 관계의 발전에 대한 기대를 엿볼 수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총 3개의 장으로 구성된 책은 시간 순서로 나열되지 않아 다소 복잡한 형태를 띌 수 있지만, 책의 제목과 동일한 ‘2장 재일의 연인’이 책의 중심을 이루는 내용을 다루고 있으며, 2장의 모든 내용은 작품 제작과정의 일자 별 개인 일기로 짧게 구성되어 있어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다. 1장 ‘베이비 인사동’은 자신과 재일 코리안인 K의 결혼식을 담은 비디오를 스틸 컷으로 편집한 것을 출품한 작품의 제목과 동일하며 2장 ‘재일의 연인’은 교토 비엔날레 출품작 그리고 3장 ‘바다로’는 K의 출산과정을 촬영 후 출품한 작품의 제목과 일치한다. 모든 예술가들이 그러한지 모르겠지만 저자는 본인의 삶과 작품의 경계가 없는 듯 보이며 이러한 사고와 행동양식이 삶 자체를 예술로 만드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우연히 사랑하게 된 사람이 한국에 뿌리를 둔 재일 코리안 2세 K이며 그녀가 던진 “재일코리안을 향한 당신의 혐오감은 도대체 뭐야?”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뚜렷하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그 질문을 받은 이후의 작품활동 속(책의 주된 내용들)에 그 대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자연스레 묻어나 있지 않았나 싶다.
아직도 현재 진행중인 한일 양국 관계의 골은 몇 세대를 거치면서 본질적인 의미 보다는 감정적인 의미가 더 많이 남겨져 있는 듯 하다. 양국의 관계보다 더 큰 간극은 어느 국가에도 완전하게 편입되지 못한 재일 코리안 들이며 화자의 연인인 K역시 어느 곳에서도 온전한 자신으로 살아가지 못했던 역사의 소수자, 피해자로서 잔존하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으며 제3자인 저자의 눈을 통해 재일코리안의 입장과 생각을 살짝 엿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My Life > 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은 의지를 가지고 뛰어드는 것이지 빠지는 것이 아니다 (0) | 2015.11.28 |
---|---|
리더는 사람들이 싫어하는 일을 하게 만들 뿐 아니라 그 일을 좋아하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다 (1) | 2015.11.26 |
껍데기안의 알멩이를 찾아주는 어린 왕자 (0) | 2015.11.12 |
쿨한 나라 코리아! (0) | 2015.11.07 |
왼손, 오른손 잡이 모두가 이로운 세상을 위해 (0) | 2015.1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