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안의 알멩이를 찾아주는 어린 왕자
한국에만 100여종이 넘는 번역판이 출간된 ‘어린 왕자’이지만 문학 평론가 황현산은 ‘때때로 <엄숙하게> 말할 줄 아는 어린이를 위한 번역본으로 이 책을 번역했다고 한다. 편협한 어른들의 생각에 정문일침을 주는 책인 어린 왕자는 전 세계적으로 사랑 받는 아름다운 이야기로써 별다른 수식어가 필요 없을 정도로 잘 알려져 있으며 유년시절에 읽었던 기억과 지금의 독서는 완연하게 다른 느낌을 주는 책이다.
속이 보이는 보아 뱀
소설 속 화자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 뱀이라는 기막힌 상상력의 결과물인 그의 그림으로 어른들과 소통하려 했지만, 표면적인 모자 모양 이상을 상상하지 못하고 내면을 들여다보려 하지 않는 대다수의 어른들로 인해 속이 비치는 보아 뱀 즉 그 속에 들어있는 코끼리를 그리지 않고서는 어른들과 소통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 크게 좌절한다. 훗날 비행사가 되고 불의의 사고로 사막 한가운데 추락하게 된 그는 그의 그림을 단번에 이해하는 어린 왕자를 만나게 된다. 어린 왕자는 순수한 영혼을 간직한 인간 특히 성인이 아닌 어린이를 대표적으로 상징하며 그 외에 등장하는 어른들, 지리학자나 왕, 허영쟁이, 술꾼, 사업가 같은 사람들은 삶의 본질에서 멀리 떨어진 사람들이다. 그들은 처음부터 보아 뱀 속의 코끼리를 보지 못하는 눈을 가지고 태어났을까? 그들을 포함한 대부분의 어른들은 중요한 무언가를 잃어버린 체 다른 것들이 중요하다는 착각 속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뱀과 여우
흔히 사악한 동물로 인용되고 인식되는 뱀은 어린 왕자가 지구에 처음 왔을 때와 마지막을 맞이 할 때 등장하며 아리송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현자의 가르침을 준 여우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약한 존재감을 나타내지만 어린 왕자를 도와 그가 원하는 길로 갈 수 있도록 안내하는 안내자 역할인 동시에 유일하게 두려움을 알려주는 존재로써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고 보여진다. 반면 여우는 서로가 서로를 길들이는 관계의 의미와 그 연장선상에 있는 의례를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의 중요함을 일깨워주는 현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 책의 가장 큰 메시지가 함축되어 있는 어린 왕자와 여우의 만남을 통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한다.
세상물정을 알아버린 어린 왕자는 자신의 고향(순수)으로부터 너무 멀어졌음을 인식하고 힘든 귀향의 방법을 택함으로써 화자와 독자 모두를 안타깝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 또한 눈에 보이는 현상이 아닌 마음으로 볼 수 있는 혜안을 마련해 줌으로써 지혜로운 삶 진실한 가치가 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해 주었다고 생각한다. 백마디 조언보다 뼈 있는 한 가지 메시지가 우리 삶을 흔들어 놓을 수 있는 강력한 힘을 지닌 것을 어린 왕자를 통해 다시금 상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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