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보호대가 필요한 책
말을 잘 하는 것과 글을 잘 쓰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인 것 같다. 말을 할 때는 비언어적인 소통이 가미되기 때문에 의미전달이 좀더 확실하고 명확하다. 반면 글로 소통할 때는 비언어적인 요소를 제외하고 오로지 텍스트에만 의존하기 때문에 잘 써진 글이 아니라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호소력이 말로 전달했을 때와 많은 차이가날 것이다. 직장인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이메일, 보고서, 제안서, 기획서 등등의 글쓰기 행위를 한다. 글을 자주 쓰는 만큼 잘 쓰고자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욕구일 것이다. 하지만 잘 쓰고만 싶다고 생각해서는 잘 써지지가 않는다. 많은 글쓰기 관련 자기계발 서적들을 접해 보아도 크게 와 닿지가 않는다. 그런 중에 만나게 된 ‘카피책’. 유익하기도 했지만 더 놀라운 것은 재미있어서 손에서 놓지 못하게 만든 첫 번째 자기계발서였다는 점이다.
Copy : 설득하기 위해 일상에서 사용하는 모든 말과 글
카피작법 제1조1항은 ‘글자로 그림을 그린다’이다. 다시 말해 구체적으로 표현하라는 것이다. 용인에 한 아파트 분양 광고를 예로 들어 ‘서울보다 훨씬 저럼한 분양가’라는 카피가 있다고 하면 이는 사실 그 자체로 아무런 감흥이 없는 카피다. 하지만 ‘용인에 집 사고 남은 돈으로 아내 차 뽑아줬다’라고 좀더 현실감 있고 구체적인 카피로 바꾸면 사람들의 눈길을 잡고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카피다운 카피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낯설게, 불편하게 조합하면 사람들로부터 ‘어? 이게 무슨 소리지?’하는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다. 경제특별시, 교육특별시 등 우리가 아는 흔한 조합이 아닌 ‘사람특별시’로 서울시장 선거로 사용된 카피, '이순신이 출마합니다'등의 카피가 낯설고 불편한 조합의 예다. 그 외에도 이 책에는 바디카피 쓰는 법, 글쓰기의 사칙연산, 말장난을 이용한 글쓰기 등 아주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그리고 ‘아!’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오는 35회분 글쓰기 특강이 수록되어 있다.
글로 훔치는 마음을 훔친다? 맞다 우리는 글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글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직업 중 카피라이터는 이제 대중들에게 익숙한 직업일 것이다. 글로써 우리의 마음을 움직였던 수 많은 카피라이터 중 정철이라는 사람이 있다. 이 책 ‘카피책’은 30년을 카피라이터로 활동하며 남긴 그의 족적들을 알 수 있고 어떻게 쓴 글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며,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을 쓸 수 있는지 알려주는 자기계발서이다.
지은이 정철은 이 책 한 권을 통째로 카피로 만들었다. 그의 카피는 이 책을 관통하며 우리로 하여금 다르게, 낯설게, 나답게 생각하고 표현하는 법을 알려줬다. 더 나아가 카피의 일상화를 외치면서 모두에게 명함 없는 언더그라운드 카피라이터가 되길 권한다. 우리 인생이 조금이라도 덜 지루해지고 조금이라도 더 유쾌해 질 수 있도록 말이다. 책을 읽어볼 계획이 있는 사람에게 먼저 읽어본 사람으로서의 다음과 같은 조언을 할 수 있겠다. ‘이 책은 편안한 장소에서 무릎 보호대를 착용하고 보세요.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 번 무릎을 치게 될 지도 모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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