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좋아하는 '똥' 이야기
대부분의 아이들은 방귀나 똥 이야기를 좋아한다. 아니 좋아하는 수준을 넘어 아주 자지러진다. 왜 아이들은 지저분한 이야기에 열광할까? 아마도 아이들의 때묻지 않은 순수함에 기인하지 않은가 싶다. 분명 자연스러운 현상을 재미있게 만드는 것은 어른들이 애둘러 표현하는 것에도 그 이유가 있을듯 하다. 아무튼 아이들이 좋아하는 생리현상 중 똥과 관련된 재미있는 동화 한 편을 소개할까 한다. 현암 주니어에서 만든 <똥이 어디로 갔을까?>이다.
한 소녀가 마려운 똥을 참지 못하고 산 중턱에서 똥을 누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딸아이가 대변을 보는 동안 아버지는 망을 보는데 저 멀리서 딸아이의 친구들이 올라오는 모습이 아버지의 눈에 들어온다. 얼른 마무리를 하고 숲 속으로 숨은 아버지와 딸은 똥을 발견한 아이들이 혼비백산(?) 흩어지는 모습을 숲속에 숨어서 재미있게 지켜본다. 친구들 나이 지긋한 노부부 그리고 등산객 들이 차례로 다녀가는 모습을 재미있게 지켜보던 아버지와 딸은 그 사이 똥이 없어진 것을 발견하고 의아해 한다.
결국 아버지와 딸은 똥의 행방을 찾지 못했지만 정작 똥을 가져간 범인은 다름 아닌 우리의 자연! 똥파리와 개미, 쇠똥구리 그리고 버섯 등 우리 주변의 자연이 인간의 분비물을 자연 그대로 흡수하는 모습을 아이들은 첫 장에서 배울 수 있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이야기는 아버지가 딸에게 들려주는 똥 이야기. 비단 똥 이야기 뿐 아니라 아이들은 엄마나 아빠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뭐든 재미있어 한다. 부모라면 아이들에게 들려줄 이야기를 많이 만들어 놔야한다.
아버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자신이 본 대변을 자신이 먹게되는 웃지못할, 다소 황당한 이야기이지만 이런 이야기라도 아이들에겐 분명 신기하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아버지는 또한 자신의 할머니, 즉 딸아이의 증조할머니와 똥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준다. 할머니는 누구보다 똥을 아끼던 분이라 동네사람들을 본인의 집에 초대하여 잘 먹이고 나면 꼭 대변을 자신의 집에서 보도록 했다고 한다. 그 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할머니의 행동이 어른이된 아버지에게 이해가 되듯이 아버지는 딸아이도 나중에 이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기를 바라지는 않을까?
똥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개 이야기. 개는 자신의 강아지들이 싸 논 똥을 왜 먹을까? 강아지들은 이를 닦지 않기 때문에 분명 더 더러울 것인데... 이는 강아지들이 자신보다 힘이 쎈 포식자들로 부터 자신의 강아지들을 보호하기 위한 본능적인 이유가 있음을 딸과 엄마의 대화를 통해 알 수 있다.
동네 아이들의 똥과 강아지와 얽힌 이야기는 나름 반전의 국면을 맞이하는데.
바로 아이들의 똥을 먹고 통통하게 살이 오른 강아지를 마을 어르신들이 여름맞이 보양식으로 바꾸어 놓은 사건이다. 아이들은 강아지가 불쌍하기도 하고 자신들의 똥을 먹은 강아지를 자신들이 먹는다는 생각에 지저분한 느낌을 동시에 느끼면서 복잡한 심경을 토로하는 내용의 이야기다.
어린 시절에 개똥 한번 안 밟아본 사람이 있을까? 요즘에야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자신의 반려견이 길에 실례한 것들을 자발적으로 치우지만 예전엔 정말 길거리에 흔하게 볼 수 있었던 것이 개 똥이다. 개똥을 밟은 친구와 그 친구를 놀려대는 일이 일상 이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는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이 동화는 끝이 난다.
단순히 흥미 위주의 동화일 것이라고 예측했던 애초의 생각과는 달리 작가는 이야기 중간 중간 아이들이 이 궁금해할 만한 이야기들과 그 배경에 대해 잘 설명해 주고 있다. <똥이 어디로 갔을까?>는 똥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와 아이들이 궁금해할 것들을 충족시킬 수 있는, 두 마리 토끼를 한 꺼번에 잡을 수 있는 좋은 창작 동화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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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약 탈것 이라면~
아이들의 상상력은 어른들을 깜짝 놀라게 하거나, 어른들이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 우리를 자주 당혹스럽게 한다. 호기심 천국에 사는 아이들에겐 모든 새로운 것들이 신기할 뿐이고 자신을 둘러싼 모든 세상이 호기심과 관찰의 대상일 것이다. 우리도 돌이켜 보면 우리의 아이들 만할 때 그랬듯이 호기심이 무한대의 상상으로 발전하여 몽상을 자주 꾸곤 했을 것이다.
엉뚱하게도 쓰레기차가 되어볼까 한다 ^^;
하지만....
그러곤 또 다시 자연스럽게 다른 탈 것을 또 꿈꿔본다.
케이블카가 되어보기도 하고...
이내 아이는 매력적인 탈 것 들이 사실은 여러가지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결국 자신이 탈 것이 될 수 없는 대신 아이는 자신이 상상했던 그 수 많은 탈 것들을 직접 운전할 수 있는 운전사가 되는 상상을 하기에 이른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른이 먼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포함해서 말이다.
실재로 아이가 무엇이 될 수 있는 것과는 별개로 아이는 자신의 상상 속에서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우리는 커가면서 그러한 가능성들을 하나 둘씩 제가하면서 자라왔다. 우리가 되고 싶어하는 것 한가지에 그렇게 되지 못하는 수십가지 이유를 달고 나서야 우리는 현실에 타협하고 그렇게 자신의 가능성을 묻어버리게 된 건 아닌지...
아이들의 생각이나 상상력을 함께 관찰하다보면 많은 것을 깨닫게 된다. 우리는 우리의 시스템 안에서 우리처럼 아이를 키울 것이 아닌, 아이들이 자신의 상상대로 한 껏 꿈꾸고 그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할 역할을 자처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을 아이와 함께 읽으면서 부모들도 아이와 함께 탈 것이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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