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공원을 헤엄치는 붉은 물고기

곤살로 모우레 저/알리시아 바렐라 그림/이순영 역
북극곰 | 2016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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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들여다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이 그림책은 분명 고단한 삶에 지쳐있거나 우울한 날들을 보내고 있는 어른들에게 많은 상상력과 용기 그리고 위로를 줄 것이라 생각된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 어른들을 위한 동시,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등 요즘은 아이들을 위한 감성을 어른을 타깃으로 만든 출판물들이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몸은 성숙 했지만 마음은 아직 여물지 않은, 그것이 사회의 탓인지 본인의 탓인지도 모르고 살아가고 있는 모든 어른들을 위한 책 이기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듯 하다.


<공원을 헤엄치는 붉은 물고기>는 어른을 위한 동화책 이면서 그림책 이기도 하다. 파스텔 톤의 과장되지 않은 자연스러운 그림체는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편안한 마음을 주는 책이다. 곤살로 모우레 작가가 글을 쓰고 알리시아 바렐라가 그림을 그린 이 책은 다소 독특한 구성을 가지고 있다.



책을 펼치면 어떠한 설명도 없이 총 12장의 그림이 각 페이지에 연속적으로 등장한다. 장소는 동일하지만 페이지에 등장하는 인물 및 동물들은 꽤 많이 있으며 페이지별로 시간의 경과를 표현해 주는 듯 각자의 위치와 행동이 달라져 있다.


첫 페이지의 그림을 보면 한가로운 오후 어느 공원에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있다. 길을 걸어가는 행인들, 공원안에서 공을 차고 놀고있는 아이들, 거리의 악사, 자신의 머리에만 떨어지고 있는 비를 피해 우산을 받쳐들고 있는 여자등 우리 주변에 있는 공원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하고 한가로운 분위기이다. 물론 우측 최상단에 나타난 공원을 헤엄치는 붉은 물고기를 제외하면 말이다.



몇 장을 넘겨보면 새로 나타난 행인과 지나간 행인등 갈길을 재촉하는 행인들의 모습과 공원 안의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만들고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맹인 안내견이 고양이를 쫓는 모습과 카메라를 들고 공원 안 여기저기를 촬영하고 있는 사람의 모습 등 한가로우 면서도 역동적인 모습의 공원을 보여주고 있다.



그림을 몇 장 더 넘기다 보면 공원에 등장하는 사람들과 동물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다. 한 인물을 콕 찝어 첫 그림부터 마지막 그림까지 따라가 보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유추해 볼 수있다.  



공을 차고놀고 있는 아이들의 그룹에 끼고 싶어하는 한 어린이의 이야기와 공원안 나무에 기대어 무언가 열심히 쓰고 있는 노랑 머리 남자의 이야기 그리고 홀로 우산과 장화를 신은 여자의 이야기가 있는 듯 하다. 그림을 한눈에 크게 볼 때는 알 수 없었던 세세한 이야기들을 이렇게 한 지점을 유심히 보면 각각의 이야기가 숨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음악가로 보이는 이 남자는 자신을 위해 플롯을 연주하는 것일까 아니면 새들을 위해 연주하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연주하는 음악가에게 새들이 모여든 것일까? 새들 바로 아래에는 도망가는 고양이와 강아지가 나오는데, 이들에게는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



나름의 상상력으로 그림속의 주인공들을 따라가보고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 내다 보면 어느새 그림의 끝에 몇 그림 속 주인공들의 에피소드들을 담은 진짜 이야기가 펼쳐진다. 첫 번째 이야기 <떨어진 꽃>엔 앞서 살펴봤던 그림에서 미쳐 보지 못했던 서로 좋아하는 소년 소녀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차분히 그들의 이야기를 읽고 다시 살펴본 그림에선 앞서 보았던 감상과 다른 또 다른 느낌의 그림이 눈 앞에 펼쳐진다. 떨어진 꽃과 더불어 총 7개의 이야기가 그림의 주인공들을 설명해 주고 있으며 각 이야기들을 차분히 읽고 난 다음 다시 살펴보는 그림은 각가의 이야기 만큼이나 색다른 느낌을 전해준다. 



그냥 지나쳤던 행인들도 그들의 사연을 접하고 나서 다시 살펴본 그림 속에서 새롭게 다시 주인공으로 태어난 듯 하다.



지극히 현실적이고 감성적인 이야기 들이지만 공원을 헤엄치는 붉은 물고기 만큼이나 비현실적인 이야기도 등장한다. 공원 한구석에서 글을 쓰던 작가가 공중부양하는 내용이 바로 그것이다. 



다소 독특한 구성과 편안함을 주는 그림과 글로 이루어진 이 책은 아직 못 다한 이야기들이 많이 있는듯 하다. 그림에는 등장 하지만 이야기 속에는 등장하지 않는 사람들은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우리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게 해준다. 어쩌면 이 공원 한 가운데에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데려다 놓고 우리의 이야기를 심을 수도 있겠다.


가만히 들여다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이 그림책은 분명 고단한 삶에 지쳐있거나 우울한 날들을 보내고 있는 어른들에게 많은 상상력과 용기 그리고 위로를 줄 것이라 생각된다. 또한 슬로우 리딩과 힐링이란 두 단어가 잘 어울리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