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움직이는 거야!
‘사랑’이라는 단어가 아직도 설렘을 몰고 오는 것은 켜켜이 쌓인 해묵은 감정의 때들 안에 아직도 자리잡고 있는 순수한 마음이 자리를 내주지 않아서 일까? 한편으로는 언제까지 ‘사랑’이란 단어에 설렘을 느낄 수 있을지 궁금하고 어느덧 무감각해 질 때가 올 것을 생각하면 서글픈 생각까지 든다. 흔히들 나이를 먹으면 남녀간의 사랑 이외의 사랑(가족, 친지, 친구)이 더 큰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던데,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감정의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사랑은 여전히 남녀간의 사랑이 아닌가 싶다.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는 제니 한이라는 한국계 인기 로멘스 작가의 국내 첫 소개작으로, 10대의 발랄한 사랑과 성장을 라라 진이라는 매력적인 주인공을 통해 사랑스럽고 유쾌하게 그려낸 연애소설이다. 동시에 작가가 그녀의 동생 수잔 한에게 바치는 책이듯 자매간의 우애를 다룬 가족소설이기도 하다. 주인공 라라 진은 그녀가 그 동안 짝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편지를 써놓고 부치지 않을 요량으로 몰래 간직했지만 어느 날 갑자기 그 편지들을 모아둔 보관함이 사라져 보리고 상대방 남자들에게 전해지고 만다. 이는 상대방 남자들에게 라라 진의 속마음을 들켜버린 사건이 되어 버리고 이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사건의 중요한 맥락 중 하나로 조시와 피터와의 관계가 한 순간 달라져 버린 것이 관계의 복잡성을 만들어 낸다. 조시는 주인공 언니의 남자친구 이었으나 동시에 주인공이 좋아했던 남자이기도 하다. 돌아가신 엄마 대신 자신이 의지하는 언니가 좋아했던 남자였기에 그저 축하해 주고 바라봐 줄 수 밖에 없는 관계로 밖에 둘 수 없었다. 하지만 언니가 먼 곳으로 학교를 가게 됨으로써 조시와 헤어지게 되는데 언니의 마음이 온전히 조시를 떠나지 않았다는 것을 아는 그녀로서는 조시를 향한 마음을 고백할 수 없는 상태로 지내게 된다. 하지만 주인공의 연애편지로 그녀의 마을을 알게 된 조시가 그녀에게 접근하려 하지만 그녀는 그 편지의 감정은 과거의 일이라며 에두르고 거짓말을 하게 된다. 그 때 전 여자친구와 헤어진 상태에서 라라의 속마음을 알게 된 피터가 (전)여자 친구의 질투심을 일으키기 위해 주인공과 계약 연애를 하게 되면서 다른 국면의 사랑이 싹틀 조짐을 보인다. 이러한 이야기 전개는 독자들로 하여금 조시라는 인물에 이입했던 감정을 자연스럽게 피터로 옮겨가게 함으로써 주인공의 감정변화를 동일시 시키는 효과를 가져오는 것 같으며 실제로도 조시가를 염두해 두고 읽었던 책이 후반부에는 점점 더 피터를 염두해 두고 읽게 되는 효과를 가져온 것 같다.
연애소설은 대게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자칫하면 유치한 어린애들 장난 같아 보일 수 있는 이러한 등장인물들을 데리고 저자는 주인공의 성장과 가족(자매)애 그리고 억지스럽지 않은 이야기 전개로 잘 꾸며낸 것 같다. 작가가 한국계 이긴 하지만 미국인으로써 그녀가 속한 사회와 관점만을 다룰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한국에 관한 것들을 조금씩 풀어놓아 저자와의 거리감을 좁혀준 느낌이 든다. (물론 이 책을 한국에 출간하기 위한 의도가 그 배경에 있겠지만). 작가의 말대로 이 책을 그녀가 독자들에게 보내는 연애편지라고 생각하고 읽으면 분명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득 예전에 유명했던 아래 카피가 생각난다.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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