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t let we go
사회가 점점 각박하고 흉흉해지고 있는 가운데 요즘은 어린아이들이 학대 받고 심지어 부모에게 살해당하는 어처구니 없고 안타까운 상황마저 뉴스에 연일 보도되고 있다. 어른이라고 다 같은 어른이 아니고 부모라고 다 같은 부모가 아니다. 성숙한 의식이 함양되지 않은 성인은 그 자격이 없다고 해도 무방하겠다. 흉흉한 사회 분위기는 서로의 방어기재를 더욱 고양 시키고 자신의 울타리 밖에 일에 관심을 두지 않는 현상을 만들어 냈으며 그 울타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불어 사는 사회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혼자 고군분투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흔들리고 있는 소녀를 보거든>은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그대로 잘라 LA의 한 빈민가로 옮겨 놓은 듯한 설정으로 시작한다. 소설의 주인공 그레이스는 10세 소녀로 그녀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계단앞에 쪼그리고 앉아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이웃 주민들에게 나름대로 어필하는 중이다. 대인관계기피 및 외출을 금기시하는 빌리, 멕시코계 노동자 펠리페, 연세가 지긋하신 힌맨부인, 매력적인 흑인 여성 레일린등 그녀가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엔 분명 이웃들이 존재하지만 서로 내외하며 지내고 있다. 눈치가 빠른 어른이라면 응당 알아챘을 그레이스의 상황을 애써 외면한 채 말이다. 하지만 그레이스의 엄마가 약물중독으로 그레이스를 오랫동안 방치해 두자 카운티에서 그레이스를 아동보호 명목으로 데려가려는 움직임이 보이자 마음씨 따뜻한 레일린이 그레이스의 보모를 자청하고 나서면서 서로 내외했던 이웃들간에 관계의 물고가 싹트기 시작한다. 티 없이 맑고 영민한 그레이스로 인해 오히려 더 많은 위로와 이해를 받은 이웃들이 결국 서로를 신뢰하고 의지하게 된다는 것이 주된 줄거리이다.
이 책은 원제는 <Don’t let me go>이다. 그레이스와 빌리가 번갈아가며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형식이며 그레이스를 중심으로 한 제목 같지만 사실 그레이스의 이웃들 더 나아가 우리 모두를 향한 메시지가 함축되어 있는 제목이라는 느낌이 든다. 누구나 각자의 상황이 있지만 어떠한 이유에서든 자신을 방치하고 있거든 혹은 방치되고 있는 이웃이 있거든 따듯한 가슴으로 서로 다독여 주고 안아줘야 한다는 것. 그것이 궁극적으로 사회를 이루는 구성원들의 의무이자 권리가 아닌가 하는 것이 제목이 품고 있는 진짜 의미라는 생각을 해 본다.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가슴 따뜻한 이야기로 껍데기만 어른인 우리들이 꼭 읽어봐야 할 책으로 추천한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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