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약 집을 짓는다면?
한창 땅콩집이라는 것이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서울 근요에 부지를 두 집이 공동으로 매입하여 10평 남짓한 작은 부지에 4층정도의 건물을 맞닿게 올린 집이라 땅콩집인데 운좋게도 지인이 실제로 용인에 지은 땅콩집이 있어 두어차례 방문했었다. 개인적으로 인생의 큰 목표중 하나가 우리가족이 살 집 짓기 인데 그 목표를 이룬 사람을 만나 그 집에 방문는 일은 내게 큰 설래임과 기대를 안겨다 주었다. 하지만 막상 방문했던 그 집은 생각만큼 낭만적이지는 않았다. 다층구조이긴 하나 각 층의 평수가 적어 답답한 느낌이 들었으며 개인의 취향이 반영된 구조가 아니라 어느정도 정형화된 구조가 각 집집마다 동일한 느낌을 주어 단조롭기까지 했다. 편리함 때문에 선택하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주거형태인 아파트와 비교해 볼 때 큰 메리트를 느끼지 못했다고 할까? 아무튼 내가 가졌던 설래임과 기대는 한 풀 꺾이고 말았다. 더불어 집을 짓기위한 현실적인 장벽들, 특히 비용에 관한 부분들이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땅콩집은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부지 매입과 설계, 건축을 해야하기 때문에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우리가 만약 집을 짓는다면>은 땅콩집 이후로 잊고 있었던 집 짓기에 대한 현실감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준 책이다. 집 짓기에 관한 책이라 자칫 어려울 수도 있는 내용일 것 같지만 사실 수필 형식으로 되어 있어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실내 인테리어를 하던 부인과 영화계에 몸담고 있는 남편이 의기투합하여 자존적인 삶의 지향점으로 삼은 집 짓기는 500일이라는 물리적 시간 동안 엄청난 시행착와 노력이 투입되었다. ‘아이에게 좋은 집’, ‘부모와 같이 살지만 서로 마주치지는 않게’라는 식으로 자신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규명하고 그 스타일대로 집을 짓는 과정들이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으니 자신만의 스타일 대로 집을 짓는 과정에 대한 큰 윤곽을 그릴 수 있다.
“언어가 사고의 범위를 규정하고 형식이 내용을 지배하듯, 공간에 대한 경험이 그 사람을 풍요롭게 한다고 믿었기 때문에, 아이를 위한 멋진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저자의 참 멋들어진 말이다. 우리의 삶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그릇이어야 할 집이 각각의 개성은 무시한 채 천편일률적인 모습이어서야 되겠는가. 현재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으며 생활의 편리함은 거부할 수 없는 유혹임에 분명하지만 딸 아이가 블럭으로 집을 만들때 집은 무조건 네모난 모양으로 만들어 내는 모습을 보며 많은 생각에 잠겼다.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과정 안에 경험이 있을 것이며 우리의 생활을 지배하는 공간인 집에서의 경험은 그 어느 경험보다 중요할 것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나와 내 가족만을 위한, 우리 가족의 라이프 스타일을 고스란히 담아낸 집을 꼭 짓고 싶다는 확고한 생각을 되새겨 볼 수 있었다. 자신과 자신의 가족들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으며 자신과 가족들을 닮은 집짓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간접 경험으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반면 풍성한 정보를 얻어갈 수 있는 <우리가 만약 집을 짓는다면>을 읽어볼 것을 권한다.
'My Life > 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왜 저 인간이 싫을까? (0) | 2016.05.17 |
---|---|
God's Knight Origin (0) | 2016.05.12 |
꿈많은 아빠와 딸의 꿈같은 여행 (0) | 2016.05.10 |
Personal Branding 시대의 책 쓰기 (0) | 2016.05.05 |
유권자가 취해야할 태도에 관하여 (0) | 2016.05.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