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원

1 articles
  1. 2016.08.11 삶의 본질 그리고 진실에 관하여

[도서]정보원 상,하 세트

홍상화 저
한국문학사 | 2016년 07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이 책은 너무나도 현실적인, 우리 삶과 이토록 가깝게 느껴질 수 있는 이야기 속에서 삶의 본질과 마주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을 선사해 주는 책이다.


각 나라마다 여러가지 사정이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이념으로 분단된 국가라는 점이 현재 휴전중이라는 점과 더불어 특수성과 긴장감을 만들어 놓고 있다. 우리나라의 근대사를 보면 정말 파란만장했다라는 말이 가장 적합한 수식어로 떠오른다는 것 같다. 그런 파란만장했던 사건들과 더불어 그 사건들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가 우리 가슴속에 와 닿는 것은 같은 민족만이 공유할 수 있는 특별한 감정일 것이다.


한국문학사에서 발간하는 작은책 스리즈 중 <정보원>은 홍상화의 소설이다. 홍상화의 소설은 지난번 동 출판사에서 출간한 <범섬 앞바다>이후 두 번째로 접하는 작품이다. 두 작품은 배경도 다르고 내용도 전혀 다른 소설이지만 이전 작품에서 읽어낼 수 있었던 홍상화 스타일을 이번 작품에서도 동일하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두 작품 모두 내밀한 삶의 관찰과 삶의 이상향, 우리가 바라마지 않는 삶의 본질을 가장 깊숙하게 탐닉할 수 있는 작품들이라고 생각된다.


<정보원>은 크게 두 줄기의 이야기로 나뉘며 이에 따라 책도 상, 하의 물리적으로 다른 2권으로 나뉘어져 있다. 상권에서는 북한에서 남파한 간첩 정사용의 이야기를 다루고 하권에서는 남한의 정보원 김경철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정사용은 중학교 5학년 때 공산주의 사상에 물들어 6.25 사변을 기점으로 북한의 의용군에 자원 입대하게 된다. 제대로 된 전투 한 번 못 치뤄보고 큰 부상만 당해 북한의 군병원에 입웠하게 된 정사용은 휴전과 함께 자연스럽게 북한에 잔류하게 된다. 이 후 이론만으로는 이상향을 만들 수 없는 현실의 공산주가 보여주는 치졸한 삶에 환멸을 느끼며 자신의 과오에 대해 후회하지만 아름다운 배우 출신의 부인을 만나 10년간 아주 행복한 가정을 꾸리며 북한 생활에 안착하게 된다. 그러나 그에게 주어진 삶의 행복은 딱 10년 뿐이었나보다. 남한에 있는 친지들이 10년이 지난 시점에 정, 재계에서 영향력 있는 인사들이 되자 북한 당국이 정사용을 간첩으로 남파해 그들을 포섭하려 하고, 이에 남한으로 보내진 정사용은 계획과는 다르게 자의가 아닌 타의로 정보기관에 자수하고 전향하게 된다. 이후 남한에서 알맹이 없는 껍데기 같은 생황을 하다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끝게된다.


북한과 남한의 대치만큼이나 다른 생활을 해왔던 김경철은 정보원으로써 살아왔던 자신의 삶과 알맹이 없는 껍떼기 뿐인 결혼생활에 환멸을 느끼게 된다. 과거 정사용이 자수할 당시 조사원으로써 그와 관계를 맺게된 김경철은 3개월간의 조사를 끝마친 후에도 개인적인 호감으로 그와 친분을 맺게 된다. 정사용이 자살을 하게되는 시점에 미국의 영사로 체류하고 있던 김경철은 정보부의 부름을 받고 한국으로 들어와 정사용의 자살과 관련된 배경을 파헤치는 지령을 받아 조사에 나선다. 김경철은 조사 과정중에 정사용이 지향했던 삶의 본질을 찾게된다. 이는 그가 찾는 이상적인 삶과 동일하며 이에 정사용을 자신과 동일시하려는, 자신의 삶을 자신의 의지대로 만들고자 하는 의지를 다시금 불태우게 만든 계기가 된다.


소설을 끝까지 읽어보면 결국 두 주인공의 삶이 전혀 다른 궤적을 그리다 한 지점에서 만나는 느낌이 든다. 기존의 분단문학과는 확연하게 다른 느낌의 이 책은 결국 이데올로기가 옭아매는 우리의 삶을 보다 고차원적인, 우리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삶으로 관점을 옮길 수 있게 만드는 힘이 있는 책이다. 더불어 이 책은 너무나도 현실적인, 우리 삶과 이토록 가깝게 느껴질 수 있는 이야기 속에서 삶의 본질과 마주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을 선사해 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