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섬 앞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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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4.19 사랑은 어떻게 완성되는가?

[도서]범섬 앞바다

홍상화 저
한국문학사 | 2016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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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섬 앞바다는 이제는 식상해져버린 사랑이란 소재를 분명 다시 뜨거운 감자로 끌어올린 작품이라 생각된다

불꽃처럼 타올랐다가 한 줌의 재로 사라지는 사랑이 있는가 하면, 숯불처럼 한 번 타오르고 나면 쉽사리 꺼지지 않는 사랑이 있는 것 같다. 역사적으로 보면 연인끼리의 자유로운 사랑이 허락된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현대에는 사랑 그 자체보다는 그 부수적인 것들 즉, 조건이나 환경, 미래, 비교가치 등 셀수 없이 많은 부차적인 요소들을 사랑위에 군림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범섬 앞바다>는 메말라가는 사랑 본연의 감정을 되살려 주는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이다. 붉은 글씨가 강렬한 인상을 주는 표지의 제목은 뜨겁고 지고 지순한 사랑과 죽음의 그림자를 암시하는 듯 범섬 아래 바다속에 차분하게 자리하고 있다. 한국문학사 작은책 시리즈의 다섯 번째 작품으로 홍상화 작가가 쓴 작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겨준 책이다.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 정훈은 베스트 셀러 작가로 우연한 기회에 이혜진이라는 여자를 만나게 되고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그녀를 어떤 연유에서인지 구하고자 마음먹게 된다. 그녀의 전 애인과 얽힌 과거사를 그녀의 일기장을 통해 알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피어오른 연민은 점차 희미한 사랑의 불씨를 피우게 되고 그 불씨는 스스로도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커져 혜진을 자신의 삶으로 강렬하게 끌어당기기에 이른다. 하지만 그가 피워낸 강렬한 사랑의 불씨는 의도치 않은 그의 솔직한 고백으로 그녀와 그의 관계를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끌고가고 홀로 남겨진 그 만이 주체할 수 없이 뜨거워진 사랑의 불꽃안에서 사랑의 열정이 아닌 생명의 끈을 야금야금 태워먹게 만들어 버렸다. 그의 삶에 각인되버린 그의 연인은 말 그대로 그의 인생에 각인되어 버리고 지울수 없는 각인을 지우려는 헛된 노력만 그의 삶을 재촉하는 듯 했다. 그러던 중 기억난 그녀와의 약속, 그녀가 죽으면 범섬 앞바다에 특히 범섬에 가려 파도가 치치 않는 곳에 아무도 모르게 그녀의 뼈를 뿌려달라는 약속을 떠올린 그는 그 약속을 지키기로 마음먹게 되며 그녀와의 마지막 대면에서 마주했던 그녀의 미소를 범섬 앞바다 및의 바다바위에 조각하기에 이른다. 이제 범섬 앞바다는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그녀의 미소를 품고 그와 함께하게 된 것이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뜨거운 사랑을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뜨거운 사랑에 가슴을 데이기도 또 뜨거웠던 심장이 일순간 차가워지기도 했던 경험은 사랑의 유효기간이란 말을 만들어내며 덧 없음을 상기하게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계속해서 사랑을 원하는 것은 무슨 연유에서일까? 뜨거운 사랑에는 분명 우리가 평생에 걸쳐 갈구하는 그 무엇인가가 있으며 그것은 단순한 카타르시스나 쾌락을 넘어선 우리의 삶을 가치있게 만드는 그 무엇일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사랑을 완성하려고 하고 그 완성된 사랑을 이어가고 싶지만 그것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사랑의 완성은 무엇일까? <범섬 앞바다>를 읽으며 사랑의 완성에 관한 생각을 떠올렸고 어설프게 나마 사랑의 완성은 결실이 없는 불현듯 생겨난 사고같은 사랑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매듭지을 수 없기에 뜨거움을 유지할 수 있고 그 끝을 알 수 없기에 무한 동력같은 에너지를 뿜어내는 사랑, 절정에 다다랐을 때 돌연 이야기가 멈추어 버린 사랑이 되려 완성된 사랑이라고 할 수 있는것은 아닌지. <범섬 앞바다>는 이제는 식상해져버린 사랑이란 소재를 분명 다시 뜨거운 감자로 끌어올린 작품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