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에 만약은 없다
우리의 감정이나 감각을 무디게 만드는 일들이 있다. 특히 반복적으로 일어나거나 해치워야 하는 일들이 그런데 아무리 자극적인 일이라(이었다) 할지라도 그 일이나 상황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다 보면 누구나 무뎌지게 마련이다. 어렸을 때 부모님이나 어른들 혹은 친구들에게 처음 거짓말 했던때를 떠올려 보자. 기억이 잘 안날수도 있지만 처음 거짓말을 했을때의 두근 거림, 이 두근거림 안에는 자책의 두근거림과 혹여 거짓말이 들키지 않을까 하는 두근거림이 모두 섞여 있을 것이다. 통계에 따르면 사람은 하루에도 의식적이든 무의식 적이든 수십번씩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선의의 거짓말이든 악의의 거짓말이든 거짓말을 한다는 행위에는 변함이 없으며 처음 거짓말을 했을때의 두근거림은 아마 이제 없을 것이다.
거짓말을 일례로 들었지만 반복되는 상황속에서도 우리를 무뎌지지 않게 하는 일이 있을까? 자주 아픈 사람에겐 친숙한 장소이지만 건강한 사람에겐 어쩌다 한 번씩 방문할때 마다 낯선 장소. 병원. 그 병원 안에서도 평생에 한 두번 갈까 말까한 응급실. 삶과 죽음의 수많은 경계가 발생하는 그 곳에서 일하는 의사들은 분명 정신적, 육체적으로 고되게 일하고 있지만 또 한 편으로는 그런 그들의 직업이 그들을 무디게 할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누구나 때가 되면 죽겠지만 그 죽음을 매일, 그것도 수십명의 죽음을 마주하는 응급실의 의사들은 어떤 기분으로 살아갈까? 여기 삶과 죽음의 경계에선 사람들을 매일 수십명씩 받아들이며 고군분투하는 한 응급실 의사의 이야기가 있다. <만약은 없다>는 글 쓰는 의사 남궁인이 자신이 선택한 직업인 의사 그리고 응급실 전문의로 살아내면서 겪었던 이야기들을 자신의 솔직한 감정과 버무려 써내려간 책이다.
크게 두 가지 이야기, 죽음의 관하여와 삶에 관하여에 대한 이야기로 나뉘어져 있는 이 책은 저자가 응급실에서 마주한 죽음들에 대한 죽음의 기록과 응급실 의사가 아닌 한 개인으로서의 삶에 관한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응급실에서 벌어지는 일들. 일반인들이 쉽게 예측하지 못한 일들을 하루에도 수십번씩 겪는 것은 새삼 충격적인 사실 이지만, 의사가 아닌 환자의 입장과 그리고 생명이 경각에 다른 환자가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의사의 입장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어 죽음보다 삶을 최우선에 두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삶과 죽음에 대해 다시금 환기하게 만들어 주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생명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들. 인간의 고통과 실존에 대한 질문들을 이 책을 통해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삶에 만약은 없다. 생명이 끝나는 순간까지 끊임없이 이어지는 선택과 그것을 감내하는 의지만 있을뿐...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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