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 존, 디어 폴
0과 1이 지배하는 세상은 실체보다 허구를 쫓게 만들고 우리의 감성을 0아니면 1로 양분하게 만들어 버린것 같다. 디지털 형식의 편지, 이메일은 지성과 감성을 교환하는 도구로써의 편지가 아닌 형식과 속도 공식적이거나 마케팅에 이용되는, 우리의 발목을 붙잡는 도구로 전락해 버렸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격동기(?)를 온몸으로 체험한 사람들은 옛 감성을 그리워 하면서도 현재의 시스템을 벗어나려는 시도조차 요원하게 느낄지도 모르겠다.
<디어 존, 디어 폴>은 폴 오스터, 존 맥스웰 쿠체라는 두 거장이 손편지로 주고받는 서로의 생각들이다. 철학적, 사회적 그리고 내밀한 개인의 생각들을 서로에 대한 존중을 바탕에 깔고 주고 받는 손편지들은 (떄론 이메일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지성인들이 고민하고 나누는 대화의 질과 양을 엿볼 수 있게한다. 때로는 거시적으로 때로는 미시적으로 두 사람이 다루는 주제는 떄로는 가깝게 때로는 멀게 느껴진다. 어찌되었든 이 책에 실린 두 사람이 주고받은 편지들은 비교적 최근에 주고받은 (2008년~ 2011년) 편지임에도 불구하고 형식과 내용에 아날로그 감성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손글씨 편지를 써 본것이 언제적 인가 돌아보았다. 지금의 아내와 연예를 시작할 즈음엔 인터넷이 있긴 했지만 크게 활성화 되어 있진 않았고, 이메일 보다는 손글씨 편지를 주고 받을 시기여서 그런지 적지 않은 시간을 들여 내 마음을 편지에 담아 보냈던것 같다. 문구점에가서 예쁜 편지지와 편지 봉투를 고르고, 내 손에 맞는 펜을 골라 연습장에 테스트름 몇 번 해 본후 생각을 고르고 정리하여 써 내려갔던 편지들은 분명 정성과 시간 그리고 과정의 미학이 그대로 담겨 있었던것 같다. 그렇게 보낸 편지에 대한 답장은 상대방이 답장을 보내기 위해 들였을 정성과 시간을 가늠하게 하고 내용의 진정성을 의심할 여지가 없게 만든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모니터 화면위에 뿌려지는 텍스트와는 질적으로 다른 텍스트라고 할 수 있겠다.
폴과 존이 주고 받은 편지들도 두 사람의 우정을 위시한 폭넓은 관심사와 사색이라는 표면적인 부분과 더불어 편지라는 형식이 실어 날라주는 온기와 솔직 담백함이 우리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0과 1로 양분된 스피디한 세계에서 잠시 한 발을 빼고 현대 문학계의 두 거장의 빛나는 지혜와 유머로 가득한 <디어 존, 디어 폴>을 느릿하게 읽어 보도록 추천한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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