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위의 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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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12.10 어른들을 위한 모노동화

[도서]나무 위의 고래

김경주 저
허밍버드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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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통해 어린이의 전유물로만 생각되었던 동화는 이제 성인에게도 필요한 그리고 즐길 수 있는 또 하나의 문학 장르로써 재탄생 했다고 볼 수도 있겠다.



이 책은 시인이자 극작가로 잘 알려진 김경주 작가가 어른들을 위한 동화를 쓰고자 집필한 책이다. 이 책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이면서 모노동화라는 장르로 구분 지어졌는데, 모노동화라고 하니 약간 생소한 느낌이 들었다. 모노드라마 형식으로 주인공의 독백으로 스토리가 진행되는 동화이기 때문에 모노동화라는 카테고리를 붙였으며 이는 단발성 작업이 아닌 앞으로 젊은 시인과 소설가 등이 저자로 참여할 계획도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작가의 설명이다. 이 책 나무 위의 고래는 그 첫 테이프를 끊는 모노동화 제1편이기도 하다.


 

이 동화의 주인공은 어린 소녀이다. 이 소녀는 쓰나미로 동생을 잃은 가슴 아픈 경험을 하고 난 후 스스로 세상과의 단절을 위해 나무 위에서 기거하기로 결심하고 실행에 옮긴다. 마침 나무 위에는 쓰나미때 파도를 타고 뭍까지 올라와 나무 위에 안착하게 된 보트가 있었으며 소녀는 그 보트에 자신만의 둥지를 틀고 살아간다. 처음엔 반대했지만 지금은 유일하게 그녀를 지지해 주는 아버지의 도움으로 생필품도 공급받고 빗물을 받아쓰며 나무에 열린 열매를 주식으로 하는 삶에 소녀는 점점 적응해 간다. 간간히 소녀를 찾아오는 소님들이 있는데 그 손님들은 집배원부터 벌목공, 학교 선생님 그리고 탈영한 군인까지 다양하다. 손님들은 직업도 소녀를 찾아온 계기도 제각기 다르지만 소녀를 만난 후 모두 나무가 있는 숲 저편의 해변으로 사라져버린다. 손님들은 각자 나름의 삶의 고충을 품은 상태에서 소녀와 조우하고 소녀를 자신의 삶의 방식대로 설득하려 하지만 결국 소녀에게 조금씩 동화된 채로, 하지만 더 이상 어찌할 수 없는 상태로 사라져 버리는 듯 하다. 어쩌면 이 동화에서 나무 위에 살고 있는 소녀와 그녀를 찾아오는 손님들은 우리의 유년시절과 현재와의 조우를 보여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소녀는 어른이 되지 않고 영원히 순수한 모습 그대로 꿈을 꾼다. 고래가 나무위로 올라오는 꿈을.


소녀가 살았던 나무위의 보트는 이런 모습이었을까?

  

몽환적이며 서정적인 텍스트로 가득한 이 책은 디자이너 유지원씨의 텍스트 디자인을 통해 더욱 동화스럽고 몽환적으로 탄생한 듯하다. 성인 손바닥 만한 크기의 디자인과 별자리를 형상화한 텍스트 그리고 그 텍스트 파편으로 그려내는 커다란 고래의 이미지가 이 책 페이지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책의 맨 앞장 뒷편에서 파편들의 집합으로 그려진 전체 고래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주인공의 독백으로 구성된 산문체이기 때문에 쉽게 읽혀지는 책이며 이런 형태의 동화도 있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끔 만들어진 책이다. 이 책을 통해 어린이의 전유물로만 생각되었던 동화는 이제 성인에게도 필요한 그리고 즐길 수 있는 또 하나의 문학 장르로써 재탄생 했다고 볼 수도 있겠다. 혼자 여행을 떠날 때 한 손에 들고 가벼운 마음으로 가뿐하게 읽을 책으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