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잃은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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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7.25 타인에 의해 지배되는 삶은 어떤 삶일까?

[도서]기억을 잃은 소년

창신강 저/주수련 역
책담 | 2016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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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삶의 주체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었던 것 같다.


타인에 의해 지배되는 삶은 어떤 삶일까? 누군가가 우리의 삶을 통째로 지배하고 있다면? 생각만해도 아찔하다. 그 이전에 우리는 과연 우리의 자유의지대로 살고 있기는 한 걸까 하는 질문은 차치하더라도 누군가에 의해서 조정당하는 삶은 우리의 삶도 아닐 뿐더러 분명 유쾌하지 않은 삶이 될 것이다. 설령 그것을 모르고 살아간다 할 지라도 언젠가는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때 우리가 살아온 삶은 더 이상 우리의 것이 아닌게 될 수도 있지않을까?


첵담에서 출간한 <기억을 잃은 소년>은 기억을 계속해서 잃어가는 한 소년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은 청소년 문학이지만 오히려 성인에게 어울리는 내용과 메시지를 담고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펑이라는 이 책의 주인공 소년은 10살이다. 하지만 실제 나이는 18살로 10살에 성장이 멈춰버린 아이다. 몸도 마음도 정신도 10살에 머물러 있는 펑은 1992년부터 소설의 주요 무대인 2000년까지 매년 10살로 살아가고 있다. 펑은 동네에서 알아주는 말썽꾼으로 온갖 못된짓을 일삼고 다니는 아이다. 펑의 장난이 좀 지나친 면이 없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그 나이의 아이가 저지르는 잘못 치고는 아주 질나쁜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이 드는데, 그 아이에게 내려진 형벌(?)은 너무도 가혹하다. 10살에 멈춰버린 성장. 단기기억 상실. 잘못된 부모의 애정이 펑이라는 아이를 한 사회에서 고립된 아이로 만들어 버린다. 그렇게 10살이라는 나이에 갇혀 영원히 살것만 같던 펑에게 그를 그렇게 만든 장본인 들 중 하나인 담임 선생님이 문제는 펑에게 있는 것이 아닌 자신들에게 있다는 것을 깨닭고 펑이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게끔 도와주면서 이야기는 마무리 된다.


더 이상 나이를 먹지 않는 아이. 새로운 사실에 대해 얼마간의 기억도 유지시키지 못하는 아이. 10살에 성장이 멈춰버린 아이를 이상하게 보지 않는 주변 사람들 그리고 그 주변에서 일어나는 신비한 일들이 판타지적인 요소로 자리잡고 있는 이 소설은 어떻게 그런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은 생략한채 초지일관 궁금증을 유발하여 책을 끝까지 읽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추리 소설이나 스릴러가 아님에도 책을 완독하게끔 만드는 매력은 바로 이러한 부분이 아닌가 싶다.


자신에게 씌여진 트랩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썼던 중인공 펑의 이야기와는 반대로 엉뚱하게도 우리는 어쩌면 영원한 삶과 영원한 젊음을 바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생명의 순환을 거스르기위한 노력을 했던 수많은 과거속 인물들을 돌이켜 보면 펑이 처한 상황이 그리 비극적으로만 비춰지지 않을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 상황이 내가 원해서 만들어 진 상황이 아니라면,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나를 못마땅하게 여긴 타인들이 자신들의 판단에 의해서 내 인생을 자신들의 수중에서 쥐락펴락 한다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일 것이다. 우리에게는 타인의 삶을 조정할 권한도 평가할 권한도 없다. 하나하나의 삶 자체는 그 삶의 주체가 있으며 그 주체가 타인에게 옮겨가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일 것이다. 이 책은 삶의 주체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