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편의점 가는 기분

박영란 저
창비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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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삶의 선택지에서 우리가 취해야 할 자세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 보기를 권하고 있는 것 같다.

삶의 모습은 참으로 다양하지만 사회 시스템이라는 틀에서 보면 크게 벗어나는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학력의 차이, 빈부의 차이, 가정환경의 차이 등이 굳이 사람들을 가르는 보이지 않는 선으로 존재할 뿐 우리는 그 틀 안에서 시스템 적으로 길들여져 왔다. 이에 그 틀을 벗어나려는 행위를 위험한 행위로 스스로 규정하고 더욱더 자신을 그 틀 깊숙한 곳으로 그 누구의 지시도 없이 스스로 밀어넣고 있는 형국이다.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치면 대학에 가야하고 대학을 졸업하면 취업을 해야한다. 일단 대학에 들어가는 것도 아이들에겐 굉장히 벅찬 일인데 대학에 들어가면 취업을 위한 스펙쌓기라는 더 큰 산을 넘어야 한다. 그 산을 넘고 나면 기다리고 있는 것이 취업전쟁이다. 이제는 아무리 스펙을 많이 쌓더라도 취업을 장담할 수 없는 사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바늘구멍 통과하듯 입사한 회사는 또 어떤가?. 자신이 좋아하는 일 보다는 안정적이고 수입이 일정한 일을 찾아야 하고 또 어렵사리 들어간 직장에서 상사의 눈치와 경기침체로 인한 고용 불안등에 시달려야 한다. 어렵사리 정년까지 일할수 있다 하더라도 쓸데없이(?)늘어난 수명으로 노후 대비까지 철저히 해야 한다. 한 마디로 우리의 삶은 말문이 트이면서 부터 눈 감을때 까지 시달림의 연속이다.



여기 가난한 도시의 변두리에 한 편의점이 있다. 편의점을 들락거리는 보통의 사람들은 잘 인식하지 못하지만 편의점도 잘 짜여진 사회 시스템 하나일 것이다. 이 편의점을 찾는 사람은 학원 수업을 마치고 배가 출출한 여고생도 있고 길고양이가 추운 겨울에 얼어 죽을까 걱정되어 밥을 주러 다니는 캣맘이 잠시 몸을 녹이고자 따뜻한 캔커피를 마시러 들르기도 한다. 그리고 매일 비슷한 시각에 들러 라면과 삼각김밥을 신속하게 훅~ 먹고 사라지는 청년과 특별히 살 것도 없지만 냉기를 피해 편의점을 도피처로 삼은 꼬마 소녀와 엄마도 있다. 저마다 다른 사연을 안고 살고 있는 사람들이지만 이들은 각자의 사정이 있으며 편의점을 매개체로 자신들의 필요와 위안을 나누게 된다. 어찌 보면 멀쩡한 것 같지만 다르게 보면 사회 시스템에서 약간 어긋나 있는 이 사람들이 나눈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들이 편의점 창가를 통해 바라본 바깥 세상은 각자의 눈에 어떻게 투영되었을까? 편의점을 지키는 18살 소년과 그 편의점을 매개로 이 소설은 각자의 각박한 삶을 살짝 들춰보기도 하고 또 서로 다른 삶을 연결해 보기도 하면서 그들을 이 시스템의 밖에 두었다 안에 두었다 하는 듯이 보인다. 결국 몇몇은 틀 밖에서 방황하다 다시 틀 안으로 들어오기도 하고 또 다른 이는 틀 안에서 방황하다가 특 밖으로 이탈을 시도하면서 소설은 삶의 선택지에서 우리가 취해야 할 자세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 보기를 권하고 있는 것 같다.


“사람이란 게 그렇거든. 나쁜 맘들은 더러 먹어도

진짜로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아.

사람들은 나쁜 것보다는 좋은 일에 더 쉽게 마음을 내주니까.”



좋은 일에 더 쉽게 마음을 내주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궁지에 몰리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캣맘이 편의점 소년에게 들려준 위 이야기가 여운에 남는 소설 <편의점 가는 기분>이었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