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가려 뽑은 가사

박연호 저
현암사 | 2015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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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랫말이 된 조선 사대부의 시선인 가사를 통해 가사문학을 향유했던 사람들에 대한 이해와 소통을 꾀할 수 있으며 현재 우리가 당면한 문제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오래되고 낡은 이야기지만 그 속에 담긴 가치는 바래지 않는 것이 고전이다. 또한 고전은 보편적이고 탁월한 가치를 지니고 있어야 시간과 국경을 초월하여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 우리가 톨스토이나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을 읽고 감동을 받거나 우리의 문화 유산인 아리랑이나 명성황후 같은 작품들이 해외에서 각색하여 연극무대에 오를 때 관객들에게 발수갈채를 받는 이유가 바로 고전이 지닌 힘이 아닐까?

 

 

우리는 세계유수의 고전 작품들을 접하고 느끼고 감명을 받는데 정작 우리의 고전에 관해서는 잘 알지 못하거나 무관심한 경향이 있다. 입시위주의 실용성만을 내세우는 교육세태 때문에 우리 고전을 제대로 인식할 기회를 갖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성인이 되어서도 학생 시절을 그대로 답습이라도 하듯이 자기계발, 실용서 위주로 책을 보게 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성산별곡, 사미인곡 등 누구나 다 아는 옛 가사들이지만 가사 전문을 접해본 사람은 많지 않을 듯 하다. 이러한 가사들에는 유가사상과 선비정신이 깃들어 있으며 그 안에서 시대정신을 엿볼 수 있고 또한 풍류와 해학을 느낄 수 있다.

 

 

가려 뽑은 가사는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고전들을 되도록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 기획되었으며 초, , 고 교과서에 수록된 내용을 우선하되 새롭게 발굴된 고전 가(歌辭, 조선 초기에 나타난, 기가와 산문 중간 형태의 문학)들을 포함하여 구성하였다. 가사들은 크게 상춘곡, 성산별곡 등의 강호 가사와 사미인곡, 속미인곡 등의 유배 가사, 관동별곡 탐라별곡 등의 기행가사 그리고 교훈가사 및 가사의 갈래교섭으로 나뉘어져 있다. 가사에 있는 고어(古語)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각 작품 뒤에 지은이와 작품의 배경에 대한 해설이 있어 각 작품들을 이해하는데 큰 무리가 없다. 하지만 주석의 도움 없이 고어를 해석할 수는 없기에 고어가 많이 포함된 작품일수록 한 호흡으로 읽기가 힘들어 작품을 한 번 읽고 전부 이해하기는 힘들다. 세월에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언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고어를 이해하는 데는 살아있던 언어를 고어로 만들어 버린 우리 후손의 책임이 더 크다 할 수 있을까?

 

 

노랫말이 된 조선 사대부의 시선인 가사를 통해 가사문학을 향유했던 사람들에 대한 이해와 소통을 꾀할 수 있으며 현재 우리가 당면한 문제에 대한 실마리를 고전의 프레임으로 재조명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속미인곡 續美人曲

[갑녀]

저기 가는 저 각시 본 듯도 하구나

천상 백옥경을 어찌하여 이별하고

해 다 져 저문 날에 누굴 보러 가시는고

 

[을녀]
어와 그대구려 이내 사설 들어 보오

내 얼굴 이 거동이 임 사랑할 만한가마는

어쩐지 날 보시고 너로구나 여기실세

나도 임을 믿어 다른 뜻이 전혀 없어

응석이야 교태야 어지러이 하였던지

반기시는 낯빛이 예와 어찌 다르신고

누워 생각하고 일어나 앉아 헤아리니

내 몸에 지은 죄 산같이 쌓였으니

하늘이라 원망하며 사람이라 허물하랴

서러워 풀어 생각하니 조물주의 탓이로다

 

[갑녀]

그것일랑 생각 마오 맺힌 일이 있소이다

 

[을녀]

임을 모신 바 있어 임의 일을 내 알거니,

물 같은 얼굴이 편하실 적 몇 날인고

봄추위 무더위 어찌하여 지내시며

가을철 겨울날은 누가 모셨는고

죽조반 조석 진지 예와 같이 드시는고

임 계신 곳 소식을 어떻게든 알자 하니

오늘도 저물었네 내일이나 사람 올까?

내 마음 둘 데 없다 어디로 가잔 말고

잡거니 밀거니 높은 산에 올라가니

구름은 물론이고 안개는 무슨 일고

산천이 어두우니 일월을 어찌 보며

지척을 모르거든 천 리를 바라보랴

차라리 물가에 가 뱃길이나 보려 하니

바람이야 물결이야 어지럽게 되었구나

사공은 어디 가고 빈 배만 걸렸는고

강가에 혼자 서서 지는 해를 굽어보니

임 계신 곳 소식이 더욱 아득하구나

초가 찬 자리에 밤중에 돌아오니

벽에 걸린 청등은 누굴 위해 밝았는고

오르며 내리며 헤매며 서성이니

잠깐 사이 지쳐서 풋잠을 잠깐 드니

정성이 지극하여 꿈에 임을 보니

옥 같은 얼굴이 반이 넘게 늙었구나

마음에 먹은 말씀 실컷 사뢰자 하니

눔눌이 바로 나니 말씀인들 어이하며

정회를 못다 풀고 목조차 메어 오니

방정맞은 닭 소리에 잠은 어찌 깨었던고

어와 허사로다 이 임이 어디 갔나

잠결에 일어나 앉아 창을 열고 바라보니

가여운 그림자 날 따를 뿐이로다

차라리 죽어서 지는 달이나 되어서

임 계신 창 안에 환하게 비추리라

 

[갑녀]

각시님 달은 물론이려니와 궂은비나 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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