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어를 쫓으며 찾은 철학적 통찰
낚시를 즐겨하진 않지만 몇번의 경험을 통해 낚시가 재미있는 레저라는 사실은 익히 알고있다. 가장 좋았던 낚시에 대한 기억은 허니문에서의 낚시인데, 몰디브의 환상적인 풍경과 릴을 통해 느껴졌던 손맛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이런 경험으로 낚시를 취미로 삼을만도 했을텐데 이미 여러가지 취미생활을 가지고 있던 나로써는 사실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에 이후에는 찾아다니며 낚시를 하지는 않았던것 같다. 하지만 낚시에 대한 좋은 기억 때문인지 낚시관련된 이야기, 특히 책에서 다루는 이야기들은 충분한 흥미를 일으키는 것 같다. 가장 최근에 읽었던 책들 중에 낚시와 관련된 이야기는 <헤밍웨이의 작가수업>이다. 헤밍웨이가 직접 쓴 책은 아니고 헤밍웨이의 유일한 문하생 이었던 사람의 딸이 그가 기록해 놓은 헤밍웨이와의 글쓰기 그리고 낚시 이야기를 정리하여 집필한 책으로 책에는 새치 낚시에 관한 이야기가 주로 나온다. 작가수업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록 새치잡이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이 책은 읽고있으면 당장이라도 바다로 달려나가 새치잡이를 해보고 싶을정도로 새치 낚시에 대한 매력을 잘 묘사한 책인것 같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헤밍웨이의 글쓰는 노하우가 빠진 것은 아니니 헤밍웨이로부터 글 쓰기 수업을 전수받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 번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고무보트를 타고 상어 잡는법>은 노르웨이의 작가이자 저널리스트 모험가 등 많은 직업을 겸하고 있는 모르텐 스트뢰크스네스가 그의 친구 후고와 함께 고무낚시배를 타고 그린란드 상어를 잡는 여정을 그린 책이다. 하지만 상당히 중요한 메시지가 숨겨져 있는 책이다. 그리고 이 책은 많은 찬사를 받은 책인데, 실제로 책을 읽어보면 이 책에대한 찬사가 꾸며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상어라고 하면 무시무시한 이빨과 공격적인 성향 때문에 모두들 꺼려하고 겁내는 포식자 이지만 어찌된 일인지 저자와 그의 친구 후고는 그린란드 상어의 매력에 푹 빠져 그린란드 상어를 잡기위해 고군분투 한다. 누군가 그들에게 왜 그런 무모한 일을 벌이느냐고 묻는다면 사실 그들도 할 말은 없으리라. 아름다운 노르웨이 북부 바다 로포텐 거기에 그린란드 상어가 있으니 가서 잡을 수 밖에.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스트뢰크스네스와 화가인 후고는 낚시 더군다나 상어낚시와는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지만 어렸을때 부터 바닷가에서 나고 자란 이들에게는 사실 바다는 그들의 고향이자 안식처이기도 한 것 같다. 사실 모든 인류의 고향은 바다이다. 모든 생물은 바다에서부터 잉태되었고 몇몇이 바다를 빠져나와 육지에 안착하고 생활한 것이 지금의 육지를 누비는 생물들 인것이다. 바다에는 육지의 생물들 보다 훨씬 많은 종이 있고, 심해를 모두 파악하지 못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종이 그곳에 살고 있는지 아직도 모른다. 바다가 우리의 모체이기 때문에 우리가 맹목적으로 바다를 찾는 이유도 거기에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이런 사유로 두 사람의 무모한 그린란드 상어 낚시는 절반쯤은 이해가 되지 않는가?
이 책을 통해 작가는 단순하게 그린란드 상어 낚시에 관한 자신의 수기를 드려주려 하는 것은 아닌것 같다. 작가이자 저널리스트 답게 작가는 해박한 지식으로 바다에 관한 깊이있는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역사적 관점, 생물학적 관점 그리고 미래학적 관점에서. 역사적 관점에서 우리는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혹은 잊고 있었던 바다의 이야기들을 흥미롭게 접할 수 있고 생물학적 관점에선 상상할 수도 없는 신비로움을 그리고 미래학적 관점에선 우리가 진정으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것은 무엇인가를 인지하게 해준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하고 있다. 바다는 우리를 위해 모든 것을 줬지만 우리는 그것을 등지고 있다고. 사실 바다는 우리를 신경쓰지 않지만 우리는 바다를 꼭 필요로 한다고. 답은 명료하다. 스스로를 파멸로 이끌고 있는 우리는 여기서 멈추고 다시 자연에 귀화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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