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터키어 수강일지

우마루내 저
나무옆의자 | 2016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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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애둘러 표준화된 방식을 사용하여 서로 잘 소통하고 있다고 믿지만 과연 우리는 제대로 소통하고 있는 것일까? 답은 각자의 마음속에 있을 것이다.



말하고 싶은 것의 말할 수 없음에 대하여


책의 제목만 보면 터키어를 수강하면서 생기는 에피소드들로 이루어진 책 같지만 책의 첫장을 넘겨보면서 그 누구에게도 시원하게 말 하지 못할 고민을 안고 사는 우리 주변의 흔한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의 일상에관한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사회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가지 현상들은 제각각 이름을 달고 있으며 질풍노도의 시기를 달리는 사춘기 소년소녀들의 문제도 중2병이라는 이름을 달고 이 사회의 한 현상으로 당당히(?) 자리매김 하고 있다. 각각의 현상에 이름을 다는 것은 인식하기 좋으나 그 이름이 많다는 것은 복잡하고 다양한 현상들이 많고 그에 따라 인식하고 있어야 할 이름이 많다는 얘기인데, 여러가지로 씁쓸해 지는 대목이다. 각설하고, <터키어 수강일지>는 중2의 여학생이 자신의 내면에서 겪는 여러가지 갈등과 외부의 마찰을 중학생다운 심리묘사와, 어느 편에서는 성숙하다고 볼 수 있으며 어느 편에서는 미숙하다고도 볼 수 있는 우리 주변의 흔한 사춘기 소녀의 일기같은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모든 것은 낚시가게 아저씨 엉덩이에서 시작됐다!


보통의 여중생들이라면 남자 아이돌이나 또래의 남중생 또는 잘생긴 영화배우 등 훤칠한 외모 또는 또래들 사이의 인지도가 높은 이성을 좋아하게 마련인데, 이 소설의 주인공은 이성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독특하다. 제법 긴 등교하교길을 오가며 중간에 있는 낚시가게에서 청소를 하고 있던 중년 아저씨의 삐져나온 허름한 팬티를 보고 가슴이 두근거렸으니 분명 또래의 취향과는 완전히 다른 취향을 가지고 있기는 하다. 이것 뿐 아니라 이태원에서 케밥을 파는 동성의 터키인에게 빠져 매일같이 그 곳에 들려 케밥을 사먹을 정도니 주인공 소녀의 독특한 취향은 비단 중년의 아저씨에게서만 찾아볼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주인공은 이러한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스러워 하지만 이내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자기 자신보다 현재 그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자신을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인다. 그녀는 그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내보이고 싶은 갈망이 있지만 그렇게 행동했을 때 자신이 속한 무리에서 내쳐질 것을 두려워 하므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심한 내적갈등에 휩싸이게 된다.



존나 카와이한 그룹


그녀가 속한 그룹은 그녀의 친구들만이 아니다. 그녀의 친구들은 익명성이 보장되고 그들만의 소통이 생생하게 이루어지는 그룹 ‘존나 카와이한 그룹’의 일원이며 주인공 소녀 또한 내키지는 않지만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그 그룹의 일원으로 활동한다. 그녀가 가지고 있던 말 못할 고민을 우연한 기회에 왕따아닌 왕따 한스 요하임 마르세유에게 과감하게 털어놓게 되고 그 결과 그가 그녀의 비밀을 폭로하면 어찌할까 하는 또 다른 고민을 안게 된다. 하지만 그녀의 걱정과는 다르게 그는 그녀가 힘들어 하는 표현의 문제를 잘 짚어주는 조언자 역할을 해주는 것 같다. 가벼운 것 같지만 결코 가볍지 읂은 그의 존재가 그녀가 간직한 그녀의 은밀한 비밀을 단순히 은폐된 것이 아닌 한정적으로 공유되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것으로 만들어 준다.



왜 하필 터키어인가?


총3부로 구성된 소설은 중반부 부터 이태원 케밥녀와의 인연으로 주인공이 터키문화원에서 터키어를 수강하게 되는 이야기로 급격히 전환된다. 전반부에서 일반적인 환경 즉, 친구들과 학교생활 그리고 일상적인 일들을 이끌어 왔다면 중후반부 부터는 색다른 환경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하고 많은 외국어 중 왜 터키어인지는 작가도 모르고 독자도 모르지만 주인공이 스스로의 감정과 정서를 이야힉하기 위해서 자신만의 표현을 찾는 과정에 우연히 만난 것이 터키어일 뿐일 것이다.


“그런 적 있지 않아? 분명 같은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데 못 알아듣고 있다는 느낌이 든 적?”


한스 요하임 마르세유가 주인공에게 한 말이다. 그가 책 속에서 설명했듯이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같은 나라의 사람이라도 제각각 자신만의 표현 방법이 있다. 우리는 애둘러 표준화된 방식을 사용하여  서로 잘 소통하고 있다고 믿지만 과연 우리는 제대로 소통하고 있는 것일까? 답은 각자의 마음속에 있을 것이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