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참한 대학 생활
대한민국의 대학생이라고 하면 무슨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아니 그 이전에 대학이라고 하면 무슨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학문을 탐구하고 지성을 쌓으며 올바른 시각으로 사회를 비판하며 나아가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역할을 해야하는 곳이 대학이라고 생각되지만 현실을 너무나도 동떨어져 있는 것 같다. 부모의 등골브레이커가 되게 만드는 값비싼 등록금과 취업을 위한 각종 스펙쌓기, 경쟁 그리고 학점 등 현재 대한민국 대학생들의 대학 생활은 말 그대로 비참 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최근 ‘최순실 게이트’로 각 대학에서 일어난 시국선언 등을 보면 이러한 대학 생활의 단면이 모든 것을 대변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크고작은 시위들은 과거 미숙했던 민주주의의 이념과 사리사욕을 채우려 했던 정치권에 반발해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시위들이 많이 있었다. 가슴 아픈 일들도 많았지만 결국 그러한 운동들이 밑거름이 되어 현재의 우리나라가 나라다운 모습을 갖추게 되었을 것이다. 그 후로 민주주의가 어느정도 안착이 되어가는 모습(적어도 겉보기에)에 아마도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할 구실을 찾지 못한 운동권 학생들이 점점 자취를 감추어버린 듯 하다. 물론 이러한 운동권들의 움직임이 이념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과거 프랑스에서 일어났던 68운동은 전후 안정기에 접어든 유럽 사회에서 소비 자본주의가 점점 팽배해 짐에 따라 새롭게 빈곤층으로 자리잡은 계층인 대학생들이 이에 반발하여 일어난 운동이다. 반세기라는 시차가 있지만 현재의 우리나라 사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이 사실 더 충격적인 사건이다.
이 책 <비참한 대학 생활>은 68운동 당시 대학가에 뿌려진 팸플릿이다. 상황주의자 인터네셔널(Internationale Situationniste) 이란 프랑스 파리 중심으로 활동하는 이 조직을 중심으로 스트라스부르대학교 총학생회가 함께 제작한 이 책자는 당시 프랑스 사회의 부조리한 자본주의 시스템을 비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무책임하고 자기 중심적인 대학생 자신들에게도 비난의 화살을 쏟고 있다. 이 책이 시발점이 되어 프랑스에서는 68운동이 시작되게 되었고 이 운동을 기점으로 전 세계적으로 자신들의 권리와 부조리한 사회를 비판는 움직임들이 일어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소책자가 지니는 의미는 단순하게 불만을 표현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닌, 기존 사회질서에 대한 불만의 근원을 날카롭게 분석하고, 비참한 대학생활에 대한 현실과 이를 만들어난 장본인인 소비자본주의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방향제시를 함께 제시하여 학생과 노동계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 냈다는데 있다고 본다.
‘비참한 대학생활’이란 제목은 오늘날 우리나라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픈 제목이다. 단순히 취업을 위한 관문이자 시장경제로 인해 움직이는 대학의 비참한 모습을 그대로 투영된 것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어처구니 없는 국정운영과 사리사욕에 찌든 정치권을 향한 우리 학생들의 적극적인 움직임들은 이화여대 학생들이 몰아낸 각종 부조리와 부정부패, 그리고 호위호식하던 권력자들을 몰아낸 것과 함께 각 대학의 시국선언등을 통해 앞으로의 변화를 기대해 볼 수 있을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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