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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11.21 지하철에서 만나는 철학자들

[도서]뇌가 섹시해지는 인문학 지도

뤼크 드 브라방데르,안 미콜라이자크 공저/이세진 역
더퀘스트(길벗)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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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무거운 주제를 가벼운 마음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 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언어는 고착화 되고 어떤 언어는 그 쓰임새가 더 확장되는 것 같다. 섹시란 말도 단순하게 여성을 지칭하는 말에서 남성 그리고 전체가 아닌 특정 신체 부분까지 그 영역이 확대되는가 싶더니 이제는 눈으로 볼 수 없는 영역까지 그 쓰임새가 확대된 것 같다. 약간은 어색한 표현인 뇌가 섹시하다는 말은 어떤 말 일까? 아무래도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섹시함과는 다른 의미일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지적인 사람들을 섹시하게 느끼는 데서 온 표현일 수도 있겠다. 아무튼 현대 사회는 외적인 면을 넘어 내적인 면까지 완벽히 섹시한 사람을 원하니 점점 섹시해 지기가 힘들어 지는것 같다. XD



근 현대 철학사에서 빠질수 없는 국가가 바로 독일과 프랑스인데, 이 책의 저자는 프랑스 인으로서 당최 출발과 끝을 낼 수 없는 철학이라는 하나의 복잡한 주제를 어떻게 정리하고 설명할 수 있을지 고심하다 파리의 지하철 노선도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지하철 노선을 모방 함으로써 분명 철학자들을 각각의 주제에 부합하는 철학자 들로 구분짓고(1~14호선) 주제가 교차하는 철학자는 각 노선이 환승할 수 있는 환승역에 둠으로써 일반인들이 철학과 철학자들을 이해하는데 좀더 큰 그림을 그려 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믿었던 저자는 이렇게 떡 하니 인문학 지도를 만들어 냈다. 이렇게 만들어진 노선은 1호선인 철학노선 부터 14호선인 유머노선 까지 흡사 도심의 지하철 처럼 어지러이 엮여져 있다.



책의 구성은 각 노선의 도입부에 노선을 대표할 만한 특징을 익살스럽게 표현하는데서 시작된다. 원문을 알 수가 없어서 작가의 의도가 반영된 문구인지 궁금하지만 흡사 우리 정서에 맞게 의역 되었다는 생각이 많이드는 문구들을 각 노선의 도입부에서 만날 수 있다. 가령 5호선 논리학의 도입부의 "우리 열차는 논리와 말장난의 간격이 매우 좁습니다. 내리실 때 개념이 빠질 수 있으니 조심하시기 바랍니다."와 같은 재치있는 안내문구가 그렇다. 각 노선의 시작점에서 재치있는 안내 문구를 만나는 것도 이 책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각 노선의 안내문구를 듣고 실제 노선도를 살펴보면 이렇게 노선의 주제에 부합하는 철학자들이 각 역에 포진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의도적인지 모르겠지만 저자가 zoom-in 한 철학자들은 우리에게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철학자들 보다는 조금 생소한 철학자들이 더 많다. 사진속의 앨런 튜링은 철학자 보다는 수학자로 더 알려진 인물이라 생각되는데 그나마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이니그마 암호를 해독하기 위해 현대 컴퓨터의 시초가 된 기계를 만들어 낸 수학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이미테이션게임으로 우리에게 좀 알려진 듯 하다. 이렇듯 이 책은 반드시 철학자로 규명된 사람들이 아닐 지라도 해당 노선의 주제에 부합되는 역사적 인물이라면 다른 철학자들과 함께 거론되고 있다. 가령 유머 노선의 찰리채플린 같은 경우가 그렇다.



1호선 부터 14호선까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수 있는 여정을 마치고 나면 우리가 매일아침 대중교통으로서 마주하는 지하철의 전체 노선도와 같은 정리된 철학 노선을 만날 수 있다. 사실 이 전체 노선만 보면 굉장히 복잡해 보이지만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잘 따라온 독자 들이라면 꼭 어지럽지 만은 않을 것이다.



지식열차 노선이라고 하니 왠지 여행을 떠나는 것 같은 흥분이 생긴다. 철학사는 그 유래도 깊지만 각 철학사조의 깊이나 각 철학자들이 평생을 고민했던 주제들인 만큼 한 권의 책으로 그 모든것을 이해하기는 힘들다. 한 철학자에 대해서도 한 권의 책 만으로 깊은 이해를 얻기 힘들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철학의 큰 맥락과 각 철학자들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리고 각 주제별 철학의 사유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보기에 이 만큼 좋은 책이 또 있을까 싶다. 본격적으로 철학에 대한 깊은 지식을 채우기 이전의 예열 단계로 보아도 좋고 어렵고 딱딱한 철학이라는 주제를 우리의 일상에 맞닿아 있는 지하철에 비유하여 접근을 용이하게 해주었다고 생각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아무튼 이 책은 무거운 주제를 가벼운 마음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 이라고 생각한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