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요리사 마은숙
어머니 하면 떠오르는 것. 아내로써, 엄마로써 희생해온 새털같이 많은 나날들. 소녀 같은 감성을 묻어두고 어느새 억척스런 아줌마로 본인의 인생을 탈바꿈시키고 희생과 노력의 대명사로 확고히 자리잡는 모습이 떠오른다. 뼈를 깎는 고통으로 자식을 낳고 그 이상의 고통을 감내하며 자식들을 키워낸 어머니에게, 장성한 자식들을 뒤로 두고 남는 것은 지난 세월의 회한일까 아니면 남은 생의 설렘 일까?
<나의 요리사 마은숙>은 거의 70년에 육박하는 세월 동안 시댁 부엌에서 붙박이로 하루 온종일 밥을 해댔던, 남은 것이라고는 그 많은 시댁 식구들과 함께 지냈던 집 한 채뿐인 심명자 여사의 인생에 관한 이야기다. 제목의 마은숙은 심명자 여사의 자서전 쓰는 것을 돕기 위해 심명자 여사의 집을 매주 목요일 방문하는 대필작가이다. 별볼일 없는 자신의 삶을 남들에게 보이는 것이 못내 부끄럽고 못마땅한 심명자 여사는 자신의 이야기로 자서전을 낸다는 것이 무척이나 싫었지만 아들의 성화에 못 이겨 결국 마은숙과 마주하게 된다. 마뜩잖은 상황에 마은숙이 달갑지 않은 심명자 여사였지만 붙임성 좋고 가식적이지 않은 마은숙이 점점 마음의 문을 열게 만들어 어느덧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이야기를 수다쟁이처럼 늘어놓게 된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섞일래야 섞일 수 없을 것 같은 두 사람은 거의 반백년의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서로에게 일체감을 느끼게 되는데 심명자 여사와 닮은 삶은 아니더라도 자신 역시 마주하기 싫은 가정불화로 방랑했기에 서로의 애처로움이 서로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되지 않았나 싶다.
“어머니, 가족이 뭘까요?”
“밥이지 뭐. 따뜻하면 따뜻한 대로, 차가우면 차가운 대로 먹는 밥.”
따뜻하면 따뜻한 대로, 차가우면 차가운 대로 먹어야 하는 밥 같은 가족은 이제 심명자 여사의 시대의 이야기 인 것 같다. 그래야 마땅하거늘 지금의 가족은 따뜻한 밥도 식게 만들고 차가운 밥을 물려 버리는 가족이지 않은가 하는 씁쓸한 생각을 해 보았다. 밥보다 중요한 것은 없었는데 주객전도로 밥보다 중요한 (중요하다고 느끼는) 것들이 넘쳐 흐르는 세상이기에 가족이라는 이름이 무색해 지는 것은 아닌지...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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