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들의 기록

My Life/Book 2016. 10. 18. 15:34

[도서]아이야, 천천히 오렴

룽잉타이 저/이지희 역
양철북 | 2016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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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아이를 키워보지 못한 이들에게는 소중한 순간들을 천천히 담아낼 수 있는 준비를, 이미 아이를 키워낸지 오랜 사람들에게는 다시금 그때의 추억을 회상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대만 작가의 책은 처음 접해본 것 같다. <아이야, 천천히 오렴>은 대만의 대표 지식인 룽잉타이가 작가에서 엄마가 되어가는 시간들에 대한 기록이다. 언제가 어느 책에서 읽었듯 아이가 세상에 처음 태어나서 겪는 것들은 모두 새로운 것들이 당연한데, 처음 엄마가 되어 아이를 기르는 것도 마찬가지로 처음 겪는 일일 것이다. 서로가 처음이며 서로 서툴기 때문에 첫 아이를 키우는 일은 아이에게나 부모에게나 참으로 각별한 일이다. 우왕좌왕 하기도 하고 실수 투성이에다 몸도 지치고 마음도 지치는 일이지만 새로 태어난 생명체가, 그것도 엄마가 잉태하여 산고를 겪어 낳은 아이가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분명 보람되고 아름다운 일상일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화안(안안)은 대만인 엄마와 독일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사내 아이다. 일종의 다문화 가정인 셈인데 엄마와는 중국어로 대화해야 했고 아버지와는 독일어로 대화해야만 했던 화안에게 이러한 환경은 정체성을 혼란스럽게 만들기 보다는 자연스러운 문화의 한 습성으로 자리잡게 만들었던 것 같다. 이러한 환경에서 자라면서 중국어와 독일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하게 됨은 물론이거니와 엄마와 아빠가 대화할 때 사용하는 영어까지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는 것이 아니었나 싶다.


화안이 8개월 때 부터 유치원을 거쳐 초등학생이 될 때까지의 성장 과정을 담은 이 책은 사실 대만의 대표 지식인이 양육했다고 해서 그다지 특별할 것은 없다. 룽잉타이는 여느 엄마들과 같이 아이를 평범하게 양육했으며 아이또한 특별할 것 없이 여느 가정의 아이들과 같이 자랐다. 아이가 처음 언어를 인지하게 되고 그 언어와 세상을 맞추어가는 과정, 호기심과 궁금증으로 똘똘 뭉쳐 바라보는 세상과 그 세상을 연결해 주는 부모의 역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게 되었을 때쯤 생기는 부모와의 마찰 그리고 친구들… 이러한 것들이 그녀가 엄마가 되는 시간들을 채워주는 보통의 일상들이다. 하지만 보통의 일상을 살아내기 위해서는 보통 이상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고 또한 이 처음들의 기록은 우리가 붙잡아 둘 수 없는, 말 그대로 순식간에 지나가는 일상의 기록들이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함께 성장하는 엄마와 아이의 기록들은 아직 아이를 키워보지 못한 이들에게는 소중한 순간들을 천천히 담아낼 수 있는 준비를, 이미 아이를 키워낸지 오랜 사람들에게는 다시금 그때의 추억을 회상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나의 경우 화안이 자라나는 거의 대부분의 기록들이 나의 최근 기억들과 맞닿아 있었다. 아직 유치원에 들어가지 못한 딸이지만 젖먹이 때부터 기어다닐때, 처음 걷기 시작했을 때 말문이 트였을 때 그리고 그 이후부터 폭팔적으로 늘어난 호기심과 질문들까지 많은 기억들이 이 책과 나란히 흘러갔다. 재미있는 것은 지금 둘째를 준비하고 있는 시점에서 화안네 식구들에게 둘째가 생기고 나서부터 변화되는 일상들이었다. 둘째를 단순히 부모의 입장에서만 생각했었는데 실제 둘째가 생기고 나서 겪게되는 부모와 첫째의 심경과 환경의 변화들은 미쳐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들로 우리 가족의 가까운 미래를 미리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