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는 우리에게서 무엇을 빼앗아 갔는가?
마트가 우리에게서 빼앗을 것들을 생각하면 무엇이 떠오를까? 마트의 반대편에는 시장이나 자영업자들이 운영하는 슈퍼마켓등이 있을 것이다. 그곳에선 친근한 동네 주민들과 덕담을 주고 받으며 서로의 안부를 묻고 때로는 얼굴하나로 보증을 받는 외상거래가 이루어 지기도 할 것이다. 반대로 현대의 마트를 생각하면 일단 대형화와 편리함 그리고 최저가와 생활에 필요한 온갖 상품들이 즐비한 곳으로 인식된다. 마트를 방문하여 물건을 구입하는 목적은 제각각 다르겠지만 위의 요소들이 마트로 사람들을 불러들이는 충분한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마트는 분명 소비자들에게 좋은 것일텐데 왜 이 책의 저자는 마트가 우리에게서 무언가를 빼앗아 갔다고 생각하는가?
단편적으로 생각해보면 마트에 오는 사람들은 지역 시장이나 슈퍼마켓에 방문하는 사람들보다 좀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방문한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에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빠른 걸음 그리고 최저가의 상품들을 묵묵히 카트에 담아 계산대로 옮겨 계산을 하고 다시 차에 싣고 유유히 떠난다. 시장이나 슈퍼마켓에서 흔히들 맺는 인간적인 관계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파트 공화국인 우리나라에서 서로 인접한 옆집이나 위 아래 집에 누가 살고 있는지 잘 모르고 서로 간섭하지 않는 문화가 형성된지 오래기 때문에 이렇게 무정한 부분은 비단 마트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물론 지역 공동체의 교류는 분명 우리가 회복해야할 인간성에 대한 중대한 문제로 여전히 논의의 대상인 것은 분명하다. 그럼 마트는 우리에게서 무엇을 더 앗아갈을까?
저자가 생각하는 가장 중대한 부분은 장기적 안목에서의 지역사회의 파괴이다. 우리는 단순하게 최저가에 물건을 구입하는 것이 현명한 소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것은 장기적으로 결국 우리에게 손해를 입히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마트는 분명 재화 생산하는 장소가 아니다. 재화를 생산하는 것은 각 재화를 만들어내는 소규모의 회사들이고 그 소규모의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바로 우리들인 것이다. 이 말은 우리는 소비자 이면서 동시에 생산자란 이야기다. 마트는 어떻게 초특가 상품, 1+1상품들을 소비자에게 제공해 줄 수 있을까? 그 배경에는 마트라는 거대한 플랫폼을 거머쥐고 재화를 생산하는 중소기업에 압력을 넣어 울며 겨자먹기로 물건을 납품하고 있는 현실이 있다. 우리가 마트에서 맘놓고 시식하는 제품들에도 이러한 압력들이 있으며 결국 이러한 압력은 재화를 생산하는 중소기업의 적지않은 출혈로 이어진다. 결국 그 출혈은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일반 근로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고 이것이 우리를 더욱 가난하게 만들 것이다.
결국 마트를 소유한 대기업으로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를 이용한 이러한 시스템을 이용한 부의 집중을 받을 것이고, 우리는 부의 편중이 더더욱 심화되는 악순환의 고리에서 헤어나오기 힘들 것이다. 자본주주의 시스템이 가지고 있는 몇 몇 맹점들, 그 중에서도 가장 크리티컬한 부분이 우리가 평소에 즐겁게 이용하던 마트에도 고스란히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지역사회를 대변하는 시장이나 슈퍼마켓은 생산과 소비의 자금 유통이 대기업으로 흘러들어가 없어지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순환되므로 지역사를 더욱 생기있고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마트의 편리함과 쾌적함 그리고 저렴한 가격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가 과연 마트를 버리고 지난 시절의 소비패턴으로 돌아 갈 수 있을까?
분명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 개개인이 이러한 사실을 알고 이러한 자각을 통해 앞으로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할 지 방향을 잡아가는 것이야 말로 가장 중요한 사실일 것이다. 소비자 들이 똑똑해지기 시작할 때 마트 뒤에 숨어있는 대기업들이 우리들을 더 이상 그들의 꼭뚜각시로 생각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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