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과강철의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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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12.08 마음을 어루만지는 소리의 향연

[도서]양과 강철의 숲

미야시타 나츠 저/이소담 역
예담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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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계기로 미야시타 나츠가 앞으로 만들어낼 문체의 향연이 더욱 기대된다. 정말 아름다운 소설이다.

일본작가의 소설이라고 하면 국내 작가의 소설과는 다른 기대가 있다. 우리와 가까우면서도 많이 다른 일본이라는 나라에 사는 사람들의 생각을 소설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물론 정서적 괴리감을 느끼는 부분이 없지 않지만 대체로 잘 읽혀지는 소설을 택한 탓인지 그간의 일본 소설들은 대체로 괜찮은 느낌이었다. 이번에 읽게 된 <양과 강철의 숲>은 조금 생소한 일본작가 미야시타 나츠의 작품이다. 2016년 일본 서점대상 1위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책인데 사실 책을 읽기 시작하여 다 읽을때까지 인식하지 못했던 타이틀이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난 후 왜 서점대상 1위를 차지한 책인지 이해하게 되었다. (참고로 서점대상은 일본 각지의 서점에서 현업을 하는 직원들이 투표해서 후보와 수상 작품을 결정하는 일본만의 독특한 문학상이다)



이 책의 제목은 사뭇 진지하면서 무언가 언밸런스 하다. 온순함의 상징 양과 강철 그리고 숲. 양과 숲은 그렇다 치더라도 강철은 도무지 어울릴것 같지 않은 화음의 제목이다. 그 내막을 살펴보면 피아노라는 악기를 구성하는 요소들이 양털과 강철이며 그 양털과 강철이 만나 만들어 내는 소리가 숲의 냄세와 이미지를 형상화 하기 때문에 만들어진 제목임을 알 수 있다. 소설속 주인공 도무라는 너무나도 평범한 고등학생 이었다. 하지만 학교 피아노를 조율하러 온 조율사 이타도리와 만난 후 그의 인생이 180도 바뀌게 된다. 피아노란 악기도 조율사라는 직업도 생소했던 도무라지만 이타도리가 조율한 피아노 소리를 듣고 숲을 형상화하게 된 도무라는 그 자라에서 황홀경에 빠지게 된 것이다. 그 이후로 조율사가 되기로 마음먹은 도무라는 조율사양성 전문 학교에서 2년간의 수업을 받은 후 이타도리가 근무하는 에토 악기점에 취직하게 된다. 일단은 필요한 기술을 배워 출발선에 섰지만 좀처럼 늘지않는 조율 실력으로 고민하는 도무라. 하지만 자신을 조율사의 길로 이끌어 주었던 소리를 한 고객의 집에서 다시 만나고 난 이후로 또 한번 그의 인생에 반향이 일어 난다. 의뢰인의 집에는 쌍둥이 자매가 있는데 그 자매가 피아노를 통해 만들어 내는 음악중 한 아이의 음악에 푹 빠지게 되고 그 아이가 전문 피아니스트가 되었을 때 그 아이의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전속 조율사가 되는 것이 그의 목표가 된 것이다.



이 소설은 역동적인 문장이나 스토리도 기승전결의 경계도 반전도 없는 물 흐르는 듯 자연스러운 소설이다. 하지만 소설을 읽는 내내 어떤 향기나 이미지에 취하게 된다. 특별할것 없는 주인공이기에 특별할것 없는 독자들이 읽었을때 위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며,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을 찾아가는 여정에 인생의 아름다움을 탐닉하는 특별한 경험들이 가미되어 주인공을 그리고 나 스스로를 응원하게 만든다. 분명 텍스트를 읽고 있지만 아름다운 소리를 들은 듯 하며, 가슴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손길을 느낄 수 있다. 작품내에 도무라가 이타도리에게 조율사로서 어떤 소리를 목표로 하느냐에 대해 아래와 같이 대답한 내용이 있다.


“밝고 조용하고 맑고 그리운 문체, 조금은 응석을 부리는 것 같으면서 엄격하고 깊은 것을 담고 있는 문체, 꿈처럼 아름답지만 현실처럼 분명한 문체.”


히다 마리키라는 일본의 시인이자 소설가가 한 말을 인용한 것인데, 아찔한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인용문은 이 소설 전반을 지배하는 느낌이며 작가또한 이러한 문제에 가까워지기 위한 한 발걸음으로 이 소설을 탄생시켰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계기로 미야시타 나츠가 앞으로 만들어낼 문체의 향연이 더욱 기대된다. 정말 아름다운 소설이다.